지난 주말 봄내음 맡으려 오랜만에 인근 공원엘 나갔다. 사실 공원은 아니고 공원 개발이 추진 중인 야산과 들판이다. 오래 방치돼 온 공원지구 일부에 민간 건설사가 아파트를 지어 판 돈으로 공원을 개발하는 특례사업지구다. 주변은 이미 개발돼 도심 속 섬처럼 남은 수십만평이다. 덕분에 가을이면 해마다 황금들판의 장관을 선사하고 추수가 끝나면 온갖 철새들이 날아오던 곳이다. 그런 들판에 최근 낯선 풍경이 벌어져 있었다. 논이며 밭마다 포크레인으로 구덩이를 잔뜩 파놓았던 것이다. 올해는 모내기를 하는 대신 나무를 심을 작정인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여기서도 토지 보상을 놓고 갈등을 빚는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LH 직원이 왕버들을 빽빽이 심어 놓았던 시흥의 한 농지 풍경과 함께. 다른 곳에서 배우는 것을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 했던가. 그 학습 속도가 놀랍다. 그런 면에서 LH는 과연 국민기업이다. 과연 어떤 나무들이 심어져 있을지 이번 주말 다시 나가 봐야겠다.

▶혀를 내두르게 하는 LH 직원들의 부동산 쇼핑 사태다. LH를 '내'라고 읽으면 연일 터져나오는 얘기들의 아귀가 딱 맞아 떨어진다. 조선 팔도가 내(LH) 땅 내(LH) 집인 셈이었다. 기껏 버드나무나 심었던 시흥의 '강 사장'은 약과다. 개발지구내 주인없는 무덤들도 그냥 넘기지 않고 보상금 타내기에 활용했다고 한다. 농지에 나무 심기를 넘어 벌통을 늘여놓거나 개나 닭, 오리까지 동원됐다. 떡 장수 떡 하나 더 먹듯, 자기 회사가 서민들을 위해 짓는 아파트들도 사냥감이었다. 수원 광교신도시의 서민 임대아파트를 LH 직원들이 대거 차지해 수억원의 시세 차익까지 냈다고 한다.(인천일보 22일자 1면) 공공 임대아파트는 투기를 막기 위해 실제로 살지 않으면 임차권이 박탈된다. 그러나 LH 직원들은 본사가 진주로 내려가는 데 따른 특혜를 받아 진짜 서민들에 세를 주고 나중에는 분양 차익까지 챙길 수 있었던 것이다. 가족 명의까지 동원, LH 주택 15채를 사들였다가 걸려 퇴사한 직원도 있었다. 수원, 동탄, 대전, 포항, 창원… 방방곡곡에 집을 사 두었다. 그런데 퇴사 후 이런 사실을 숨기고 또 다른 공기업에 들어가 감사실장에까지 올랐다고 한다.

▶지난해 말 한 시민단체가 행정정보공개를 청구해 공무원들의 출장비 수령을 따져봤다. 10m 거리 시의회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고도 2만원 출장비를 챙겼다. 인터넷으로 비품을 구입하고도 물품 구매_조사 명목의 출장비를 받아냈다. LH도 마찬가지였다. 전체 직원의 30%가 출장비를 부정수급했다. 이러니 '아니꼬우면 우리 회사로 이직하든가' 하는 소리가 나올 수 밖에. 해체 운운 하지만 결국 간판만 바꿔 달 것이다. 차라리 LH를 수십개 더 만들어 시장 경쟁을 붙이면 좀 달라지려나.

 

/정기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