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공원에 어느결에 봄이 찾아왔다. 교육관 앞마당에는 산수유가 노랑 꽃망울을 터뜨리며 먼저 나선다. 겨울동안 먹이찾기 힘든 작은 새들에게 빨간 열매를 나누어 주던 고마운 나무이기도 하다. 갑자기 급한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코로나의 여파로 잠시 정지된 시간 속에서 잊고 있던 일들이 떠올랐다. 봄이 되기 전에 새들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줘야 하는 일이다. 시기를 놓치면 새들이 알을 낳을 집을 찾아 헤맬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 한가지는 왜 새들의 집을 사람이 지어줘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자연은 언제나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가야 하는게 당연한 이치겠지만, 사람들은 자연을 그렇게 두지는 않았다.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자연은 지속적으로 파괴되고 숲의 나무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어릴 적 동네 뒷동산에 가면 새들의 노랫소리와 딱다구리가 딱딱딱 나무에 구멍 뚫는 모습이나 소리를 자주 듣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딱다구리 집은 이듬해가 되면 다른 동물들의 중요한 보금자리로 바뀌게 된다.

박새나 동고비 등 작은 새들은 이러한 딱다구리 구멍을 둥지로 이용하게 된다. 그렇게 자연과 동물은 서로 공생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딱다구리의 숫자도 딱다구리가 구멍을 뚫을 굵은 나무들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특히 도심의 공원에서는 더욱 심각한 상황에 있으며,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작은 새들을 비롯한 동물들은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도심 공원의 작은 새들은 딱다구리의 나무 구멍을 이용해 둥지를 만들고 다음 세대를 이어 갈 수 있는데 자연은 더욱 새들에게는 불리하게 돌아간다. 그래서 매년 인공새집을 달아주는 일은 도시에서 새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우리들의 작은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도 성큼 다가온 봄과 함께 서둘러 시민들과 인공새집을 만들어 달아주는 행사를 하였다. 교육관 앞마당에는 코로나로 다함께 모이지는 않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가족들끼리 모여서 뚝딱뚝딱 못질을 하고 인공새집을 만들어, 우리와 함께 잘살아 달라는 바램을 적어 튼튼한 나무에 달아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 작은 박새 손님들이 찾아왔다. 지난해 사용한 인공새집을 청소하여 교육관 벽에 올려둔 곳에 작은 박새가 찾아왔다. 마치 우리가 자기들을 위해서 새집을 만들고 있는 것을 알기라도 한 것처럼 교육관 벽의 인공새집에 들락날락 거리며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닌가? 함께 새집을 만들던 아이들도 어른들도 환한 미소와 펄쩍펄쩍 뛰며 좋아 어쩔 줄을 몰라했다. 박새도 새롭고 모두가 새로웠다.

지난해는 조금 이른 겨울에 인공새집을 만들어 달아주었다. 겨울 동안 새들이 날아다니며 미리 봄에 살 집을 찜하라고 그런 것이다. 그런 덕분인지 설치한 인공새집의 80% 이상 새들이 들어온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어느 해는 새들이 잘 들어왔는지 살짝 문을 열었다가 깜짝 놀란 일도 있다. 새집 한가득 어린 박새가 자리 잡고 있었다. 미안한 마음 조심스레 문을 닫고 건강하게 커서 둥지를 떠나기를 바란 적도 있었다. 보통 새들은 이런 인공새집을 봄철, 그리고 초여름까지도 포란의 장소로 이용한다고 한다.

우리는 인간이 만들어주는 새집에서 새들이 살게 하는 시대를 계속하게 해서는 안된다. 지금 어쩔 수 없이 새집을 만들어주었지만, 이제 새들이 스스로 집을 짓고 살아갈 수 있게 다시 숲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광교산, 칠보산, 팔달산의 숲만으로 해결될 것이 아니다. 이제 도시와 인간이 살아가는 자연의 근본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 작지만 아름다운 도시의 마을 숲을 만들어야 한다. 박새가 우리 인간이 만든 집이 아닌 스스로가 만든 숲의 집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는 다시 자연과 함께 해야한다.

 

/김현희 광교 생태환경체험교육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