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회에서 좌절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 법제화가 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지만 여야는 '수술실 입구 설치'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수술실 내부 설치를 요구하는 법안이었는데, 의사협회 등 의료계가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강력하게 반대해 이같은 결과가 도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술실 CCTV는 의료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그동안 무자격자의 대리수술, 환자 동의 없이 수술집행 의사 변경, 수술실 내 환자 방치, 마취 상태에서 환자에게 가해지는 성추행 등이 상당수 발생했다. CCTV가 설치되면 이러한 행위가 미연에 방지될 것이라는 주장은 상식적 판단이다.

또한 끊이지 않는 의료사고의 원인 규명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는 늘 '을'이 된다. 전문지식이 없기 때문에 수술집행 의사의 과실이 의심되어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도움을 받으려면 다른 의료인에게 의뢰해야 하지만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것이 우리 의료계의 현실이다. 때문에 의료사고가 있어도 환자나 가족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따라서 CCTV로 수술 과정이 촬영된다면 의료진 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국민의 89%가 수술실 CCTV 설치를 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이로 인해 수술실 내 CCTV 법제화 필요성이 제기돼 여야는 뜨거운 논쟁을 벌였으나 '수술실 입구 설치'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의사들은 의사와 환자는 감시하는 관계가 아니라 상호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되면 의사를 위축시키고 스트레스를 주어 수술 진행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술실 CCTV 설치의 궁극적 목적은 의료사고 예방과 대처에 있다. 환자는 물론 가족에게 의료사고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그로 인해 재산을 탕진하고 인생이 황폐화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를 방지하자는 취지에 의사와 정치인들이 “CCTV가 감시용으로 비춰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논리로 대응하는 것은 타당성이 떨어진다. 대안으로 CCTV를 수술실 입구에 설치하자는 것은 사안의 본질에 어긋나는 '조삼모사'식 잔꾀에 불과하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