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줄이기 '용기내 캠페인' 동참해보니 보람과 재미 느껴
꾸준한 실천과 많은 참여가 중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음식 배달과 택배 등이 급증하면서 일회용 쓰레기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생활 쓰레기 발생량은 11.2%,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13.7% 증가했습니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지난해 8월 기준 음식 배달 서비스에 따른 플라스틱 배달 용기 쓰레기가 하루 830만 개씩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음식 배달로 인한 일회용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쓰레기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는 시민들이 늘고 있습니다. 

 

'용기(courage)내서 용기(container)내세요!' 캠페인

탈 플라스틱 운동/ 출처: 그린피스

 최근 SNS,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시민들 사이에서 ’#용기내‘ 챌린지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 ’용기내‘를 검색하면 다회용 용기에 담긴 음식 등의 다양한 인증 사진과 챌린지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용기내 캠페인’은 일회용 플라스틱과 비닐 사용을 줄이기 위해 음식 포장 및 식재료 구매 시 용기를 사용하는 캠페인입니다. 이 캠페인은 그린피스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 류준열의 참여로 이목을 끌었는데요. 

지난해 배우 류준열은 대형 마트에서 생선을 다회용기에 포장한 사진을 올려 이슈가 되었다./출처: 류준열 SNS

 

출처: 그린피스 홈페이지

 이 캠페인은 대형 마트의 움직임까지 이끌었습니다. 2020년 6월부터 A 마트는 그린피스의 권고를 받아들여 국내 최초로 2025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을 50% 감축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는 대형 마트가 자체 시스템 변화를 통해 일회용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이처럼 기업과 개별 상점들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아무리 소비자들이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해도, 기업이 바뀌지 않으면 근본적인 개선안을 모색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회적으로 선한 변화를 만들어가자는 차원에서 저도 ’용기내 캠페인‘에 참여했습니다. 직접 참여하면서 실제 상황은 어땠는지 더 자세히 공유해보겠습니다.

 

'용기내 캠페인' 난이도 1단계부터 4단계까지!

1단계: 통컵에 커피 포장 구매하기

픽업대에 음료와 종이 빨대가 같이 나왔다. 종이 빨대 대신 개인용 스테인리스 빨대를 사용했다./ 사진=최현민 인턴기자

 통컵에 커피를 포장 구매했습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통컵에 포장 구매를 하면서, 통컵 할인 제도도 비교적 잘 자리 잡혀 있었습니다. 통컵 할인 제도가 따로 없는 개인 카페들도 아직 많지만, 대부분 커피 체인점들은 할인 제도가 잘 정착되어 있었습니다. 백다방에서는 통컵 100원 할인, 별다방에서는 통컵 300원 할인을 받았습니다. 
 여기서 하나 더! 우리나라에서 연간 버려지는 플라스틱 빨대 개수가 100억개라고 합니다. 굳이 빨대가 필요 없는데도 어떤 카페는 플라스틱 빨대를 바로 꽂아주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개인용 스테인리스 빨대를 가져갔습니다. 

*통컵 = 텀블러의 순화어 / 포장구매 = 테이크아웃의 순화어

 

2단계: 다회용 용기에 빵 담아오기

다회용기에 포장한 빵들/ 사진=최현민 인턴기자

 대부분 베이커리류는 비닐로 포장되어 있었습니다. 위생상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비닐 포장이 되어있지 않은 빵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미리 비닐로 포장하지 않은 소금빵, 에그타르트, 엘리게이터를 다회용기에 담아왔습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사장님도 용기에 담아달라고 말씀드리니 용기 크기에 맞게 바로 담아주셨습니다.

 

3단계: 보온 도시락통에 1인용 보쌈 포장해오기

보온 도시락통에 꾹꾹 눌러 담은 1인용 보쌈 정식. 집에서도 따끈따끈한 국물과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사진= 최현민 인턴기자

 3단계부터는 쉽지 않았습니다. 우선 배달 어플 요청란에 ’다회용기를 가져가겠다‘고 남겼습니다. 미리 배달 음식 사진을 참고해서 보쌈 양과 반찬 개수에 맞는 보온 도시락통과 다회용기 통을 챙겨갔습니다. 조리 완료 시간 20분 전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이 요청란을 제대로 확인 못 하시고 일회용 포장 용기에 준비해 놓으셨더라구요. 뒤늦게 확인하고 다시 다회용기에 담아주셨습니다. 
 알고 보니 용기를 가져와서 음식을 포장해가는 경우가 제가 처음이었다고 해요. 대부분 일회용 수저는 안 챙겨가는데, 직접 용기를 가져온 적은 없어서 요청란은 제대로 확인 못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장님은 이렇게 용기를 가져오는 게 안 번거롭냐고 물어보셨습니다. 물론 적당한 용기를 찾느라 조금 애는 먹었지만, 그래도 쓰레기를 줄였다는 보람이 더 컸습니다. 또 안 먹을 반찬들은 빼고 포장해서 음식물 쓰레기도 줄일 수 있었습니다.

 

4단계: 냄비에 마라탕 포장해오기

해장국 배달 후 생긴 쓰레기. 플라스틱 통 사이사이에 낀 고추 기름때는 설거지해도 잘 닦이지 않아 재활용이 어렵다./ 사진=최현민 인턴기자
해장국 배달 후 생긴 쓰레기. 플라스틱 통 사이사이에 낀 고추 기름때는 설거지해도 잘 닦이지 않아 재활용이 어렵다./ 사진=최현민 인턴기자

 

 

마라탕 냄비 포장은 정말 새로운 도전이었다./ 사진= 최현민 인턴기자

 

 마라탕, 떡볶이 같은 음식을 배달하거나 포장할 때는 플라스틱 용기 안이나 플라스틱 용기 안에 또 투명 비닐에 담겨 나오는데요. 쓰레기 처리가 어려운 배달 음식 중 하나입니다. 마라탕을 어떤 용기에 담아올까 고민하던 와중, 국물 음식을 냄비에 담아왔다는 인터넷 후기를 보았습니다. 바로 집에 있는 냄비를 챙겨 파란 천의 장바구니에 넣고 가게로 향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사장님께 냄비에 포장해주실 수 있냐고 여쭤보았습니다. 직원분이 제가 가져온 냄비를 보고 잠깐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마라탕이 담긴 무거운 냄비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길거리 한복판에서 냄비를 들고 지나가니까 사람들이 저게 뭔가 하고 바라보는 눈길을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4단계 냄비 용기는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저보다 먼저 ’용기내 챌린지‘를 앞장서 하고 계신 분들이 정말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용기내 캠페인' 꿀팁 및 총정리

▲ 용기 내는 방법: 전화로 미리 말하거나 배달 앱 요청란에 “00 담을 용기 가져갈게요!”라고 적으세요. 조리 시작 시간에 맞춰 일찍 도착해야 딱 맞게 담아올 수 있답니다.
▲ 용기 선택 방법: 방문하려는 가게 음식 이미지를 참고하거나 포털사이트에 ’용기내 캠페인 비빔밥‘, ’제로 웨이스트 떡볶이‘ 등을 검색해 다른 사람들이 실천한 사례를 참고해보세요.
▲ 보쌈, 족발 등 반찬, 소스 등이 많이 필요한 음식을 포장할 때는 도시락 반찬통 같은 용기를 활용해보세요.

- : 설거지가 조금 귀찮음
+ : 쓰레기양을 줄였다는 뿌듯함과 성취감. 통컵 사용 시 할인 혜택. 때에 따라서는 정량보다 더 많은 양을 받을 수 있음

 

 ’용기내 캠페인‘이 언론에 많이 보도된 것과 달리, 실제 음식점, 마트 등 업계에서는 자연스러운 문화로 정착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한 사장님께 ’용기내 캠페인‘을 아냐고 여쭤보았을 때, 모른다는 답변을 듣기도 했습니다. 다른 사장님은 제게 “환경보호 단체에서 왔냐”고 물어보시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용기에 담아오는 일이 아직은 환경에 관심 많은 특정인들만 참여하고, 더 많은 이들의 일상까지는 확산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카페에서 통컵 포장 구매는 자연스러운 반면, 음식 다회용기 포장은 아직까지 낯설게 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통컵을 사용하는 사람들처럼 용기를 가져오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미리 일회용기에 포장해놓는 일이나 용기 포장을 낯설게 보는 일들도 줄어들 것입니다. 작은 실천들이 쌓여 향후에는 용기 포장이 덜 어색한 일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저도 용기를 낸 만큼 좀 더 많은 분들이 ’용기내 캠페인‘에 관심을 가지고 생활 속에서 쓰레기 줄이기 운동을 실천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최현민 인턴기자 palett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