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는 또 다른 섬이 하나 존재한다. 바로 '도심 속의 섬, 부평 캠프마켓'이다. 우리 국토임에도 우리가 들어갈 수 없었던 그곳을 오늘 말하고자 한다.

진통끝에 이뤄진 캠프마켓 반환은 기나긴 시민운동과 행정적 협상으로 인천시민이 만들어낸 역사이며 긍지로, 이제 우리는 캠프마켓을 미래세대에게 어떠한 공간으로 남겨줄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또한 그 고민들과 함께 공간이 가지는 도시계획적 가치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며 시민 모두가 지혜를 모아 한걸음씩 나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만들어가는 한 발자국이 미래세대에게 또 하나의 역사가 되고 공간이 돼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가 80여년의 역사가 담겨 있는 공간이다. 44만㎡의 캠프마켓 내부는 미군이 사용했던 건물과 야구장, 각종 기반시설이 설치돼 있고 일제강점기 조병창 건물도 현존하고 있어 문화관광체육부에서도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거대한 은행나무와 오래된 건물들을 볼 때 지난 역사가 담긴 공간에 대해 활용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역사에 대한 공유와 공감이 필요하다.

공감의 장소로 남측에 역사와 문화를 홍보하고 시민 소통공간이 될 '캠프마켓 인포센터' 1단계를 올해 우선 조성하고, 향후 북측에 접근성·안전성 등을 고려해 인포센터 2단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캠프마켓을 직접 걸어보며 역사 이야기를 듣는 워킹투어도 상시 운영해 시민에게 항상 열린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넘어야 할 산들이 있다. 캠프마켓 소유권이 완전하게 넘어오지 못한 상황이며, 인포센터 등 설치도 국방부와 별도 절차를 통해서만 진행할 수 있다. 시대적 변화의 흐름 속에 시민의 눈으로 함께 바라보고, 열린 마음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더 절실해지는 부분이다.

두 번째는 대중음악의 중심지로서의 공간이다. 켐프마켓은 미8군 군수지원사령부가 주둔하며 공병대, 항공대, 후송병원까지 갖춘 기지로서 주한미군 군수품 집결 장소였다. 지금도 캠프마켓 내 제빵공장에서 한국 주둔 중인 주한미군 전체의 빵을 생산·공급하고 있다. 해방 후 부평은 서양 문물 보급지대로서 생활의 중심지이며 대중음악 등 문화의 중심지로 변화됐다. 선발 기준이 엄격하기로 유명했던 미8군 무대에 서기 위한 선배 뮤지션들의 노력으로 한국 정서가 깃든 대중음악이 만들어지고 끊임없이 이어져 세계 음악의 중심이 된 '케이팝(K-POP)'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부평 주둔 주한미군 철수와 주거지역 배치 등으로 대중음악 중심지로의 면모는 상당부분 상실했지만, 문체부와 함께 한국대중음악자료원을 조성하는 등 캠프마켓이라는 공간에서 한국 대중음악을 시민들과 함께 다시 만들어가려고 한다. 시민 휴식 공간인 공원부지도 문화공원으로 탈바꿈해 인천 문화예술의 혼을 다시 불타오르게 하는 공간으로 조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역사적인 도시계획의 공간이다. 캠프마켓은 군수품 이동을 위한 철로가 남아 있고 부평역 상권과 주거지역이 인접하고 있어 도시계획적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인천의 개항 이후 1937년 중구·동구 일대가 인천시가지계획구역으로 결정됐고, 1940년 부평동·산곡동·십정동 일대가 부평도시계획구역으로 결정됐다.

이러한 변화 양상은 1963년 당시 건설부에서 고시한 인천도시계획 평면도를 통해 인천의 중심지 시가지로서 산곡동 부근 건물들이 밀집돼 있는 모습을 뚜렷하게 볼 수 있다. 이제는 주한미군 철수와 이전 계획 등으로 2009년 2월 캠프마켓에 대해 최초로 수립한 지구단위계획에 시민 의견을 반영해 여건 변화에 맞게 미래 관점으로 고민해야 할 때이다.

현재 수립 중인 지구단위계획은 캠프마켓에 대한 미래 발전상을 그려나가는 큰 밑그림으로, 1~2년 후가 아닌 50년, 100년 뒤의 미래를 생각한 것이므로 시민들의 관심과 애정 어린 의견이 필요하다. 일제강점기 조병창과 광복 이후 캠프마켓이라는 하나의 공간이 역사의 흐름 속에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어떠한 공간으로 만들어져갈지 지금 세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많은 고민과 책임을 느끼게 된다. '역사는 흐르지만, 공간은 이어진다'는 말은 지금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 아닐까 싶다.

 

/정동석 인천시 도시계획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