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한국 야구 역대 최고의 타자는 추신수다. 그는 2001년 고교 졸업과 동시에 미국으로 떠났다. 마이너리그를 거쳐 2006년부터 전 세계 최고의 야구집단인 메이저리그(이하 MLB)에서 활약했다. 2009년과 2010년에는 2년 연속 3할 타율, 20홈런, 20도루를 달성했다.

당시 소속팀이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Cleveland Indians) 창단 이래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2015년에는 사이클링 히트(1경기에서 안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치는 것)를 달성했다. 아시아 출신 MLB 선수 중 최초이다. 통산 200홈런 기록 역시 아시아 출신 선수 중 그가 유일하다. 2018년에는 한국인 타자 최초로 MLB 올스타에 선정되었다. 화려한 기록과 250억원이라는 연봉은 그가 슈퍼스타임을 보여주는 증표다.

추신수는 2021시즌 한국프로야구(이하 KBO) 팀인 'SSG 랜더스'와 연봉 27억원에 계약했다. KBO리그 최고 연봉이다. 그 중 10억원은 사회에 기부한다. 실질 연봉은 17억원인 셈이다. 그를 상징하는 등 번호는 17번이다. 연봉 책정에 의미를 담았다.

KBO리그 신인 선수의 연봉은 대략 2700만원이다. 추신수 연봉의 1% 수준이다. 그렇다고 추신수의 실력이 신인들보다 100배 더 뛰어난 것은 아니다. 연봉은 단순히 실력만으로 산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슈퍼스타 현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

슈퍼스타 현상이란 일정 직군에서 소수의 사람이 시장을 지배하며 많은 부를 누리는 것을 말한다. 슈퍼스타 현상은 양극화의 출발 지점이다. 양극화 문제는 생산요소의 대가(代價)에서 기인한다. 초등학교 때 배웠듯이 생산요소란 토지, 노동, 자본을 말한다.

토지는 지대, 노동은 임금, 자본은 이자가 생산요소 대가이다. 대가는 '일반대가'와 '특별대가'를 합한 개념이다. 경제학 용어로는 일반대가를 '이전수입'(transfer earnings), 특별대가를 '경제적 지대'(economic rent)라고 한다. 대가에서 이전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으면 생산요소의 대체가 쉽다는 의미다. 생산요소의 공급이 많은 경우다. 반면, 공급이 희소하면 대가 중에 경제적 지대의 비율이 높아진다.

부동산의 예를 들어본다. 강남 아파트는 토지의 특성상 공급이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수요는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 그래서 강남 아파트의 가격은 비싸다. 강남 아파트는 아파트와 강남을 합친 것이다. 아파트라는 주거 형태는 이전수입이고, 강남이라는 지역 특수성은 경제적 지대이다. 여기에 한강조망, 신축 등의 단어가 붙으면 강남 아파트의 경제적 지대는 더욱 커진다.

연예인의 예도 있다. 국민 MC인 유재석씨는 고액 출연료를 받는다. 출연료는 일반 MC의 가치인 이전수입과 유재석만의 가치인 경제적 지대를 합한 것이다.

MC 유재석은 유일하다. 대체재가 없다. 오직 그만이 가진 재능 때문이다. 강남 아파트와 MC 유재석처럼 생산요소의 대체 가능성이 경제적 지대의 크기를 결정한다. 그 크기는 슈퍼스타 현상으로 나타난다.

슈퍼스타 추신수, 그가 국내로 돌아온다. 코로나19로 침체 국면에 빠진 한국프로야구에 활력을 불어넣을지 관심이 쏠린다. 벌써 슈퍼스타 추신수 효과에 대한 기대가 크다.

 

 

/조용준 전 KBO 야구발전위원·경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