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국제공항을 포함한 인천지역 관광지를 순찰하면서 우연히 요즘 가장 유행하고 있는 가수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촬영 현장을 보게 되었다. '이날치'라는 가수는 구성진 한국 국악 가락에 자유롭게 동·서양의 음악 장르를 접목하고 자신만의 음악 해석으로 대한민국에서 현재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수이다.

이날 '이날치'에게서 '범'이라는 단어를 들어서일까? 계속해서 범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돌게 되면서 작년부터 우리 사회에 미처 생각지도 못한 코로나19라는 무서운 전염병인 범이 내려와서 소소한 일상들조차 무너지고 송두리째 급변하게 되어 버렸다는 생각까지 미치게 되었다.

작년 2월 인천의 대표 관광지인 차이나타운을 순찰했을 때의 일이다. 코로나19에 대한 무지와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으로 길거리에서 외국인과 택시기사 간의 불신과 대치 상태를 발견하게 되어 두 사람 사이에서 통역을 해 나가며 힘들게 서로의 오해를 풀고 해결하였던 적이 있었다.

이처럼 작년 한 해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모두가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으로 서로를 얼어붙게 하는 매서운 한파와 전염병 전파라는 무시무시한 '범'을 맞닥뜨리는 혹독한 한 해였던 것 같다.

하지만 올해 2월 설 명절을 맞이해 인천에 홀로 남은 외국인들이 많이 모인다는 주안역 지하상가를 방문하여 순찰을 돌며 외국인들에게 최근 외롭고 힘든 생활에 대하여 안부를 물으며 마스크를 건네게 되었다.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제는 타인이 길에서 먼저 말을 걸어오게 되면 경계하게 된 생활이 되어버린 지금, 외국인에게 다가가 말을 건네는 나도 당연히 차갑게 경계하리라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외국인들의 반응이 너무나도 따뜻했다.

“코로나19 때문에 고국과 고향에 못 가서 외로워요. 일도 적어져 힘들지만 이렇게 말도 걸어주고 마스크도 주고 고마워요. 우리 같이 힘내요!” 내가 힘이 되어주고 도와주려고 말을 걸었건만 오히려 격려와 응원을 받게되니 나 자신조차도 경계하고 얼어붙어 있었던 마음이 부끄러워지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따뜻한 기운이 내려앉는 느낌이 들게 되었다. 이로 인해 장시간의 순찰로 지쳐 있었던 몸에서도 힘이 솟아 그날 더 열심히 뛰어다니며 근무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점점 완화될 집합금지 명령 조치를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더디긴 하겠지만 앞으로 우리 사회에는 이제 봄이 내릴 일만 남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가 인기를 끄는 요인처럼 우리도 코로나19에 대한 사려 깊은 해석, 재치 있고 현명한 대응, 앞서 외국인에게 받았던 따뜻한 격려와 응원처럼 서로서로를 위로하며 현재 상황을 헤쳐 나간다면 필시 앞으로 우리나라 국민들 모두의 마음에도 '봄 내려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건희 인천경찰청 관광경찰대 경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