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수소는 무엇일까? 요즘 경제계, 산업계, 기업계, 학계 심지어 투자계를 통틀어 가장 핫(hot)한 소재는 바로 수소다. 가장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수소 화합물은 바로 물이다. 모든 생명의 생존에 필요한 물은 수소 원자 2개, 산소 원자 1개로 이뤄진다. 익숙한 산소에 비해 수소란 녀석은 과학자들이 다루는 주제 정도로 인식해 왔던 터라, 그리 친숙한 존재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접하는 물만 봐도 알만큼 수소는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가벼운 원소이자 무색, 무미, 무취의 기체로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가 생긴다.

반대로 산소와 화학반응하면 열을, 연료전지를 이용하면 전기까지 만들어낸다. 부산물은 물이 전부다.

수소는 우주질량의 75%를 차지할 만큼 양도 풍부하다. 우주선 내 전력과 식수 공급도 담당한다. 에너지 효율성도 뛰어나다.

수소 1㎏이 산소와 결합하면 무려 3만5천㎉의 에너지를 방출한다. 프로판, 부탄, 휘발유, 등유와 비교하면 3배 가량 높다. “수소는 에너지원이자 에너지 저장체이며 에너지 화폐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수소가 뜨거운 관심을 받는 가운데 대한민국이 앞선 기술력으로 수소에너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참 뿌듯한 일이다. 대표적인 예로 2013년 국내 자동차 업체가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를 양산했고, 핵심 부품 대부분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2018년 선보인 2세대 모델 차량은 한번 충전으로 현재 출시된 수소전기차 중 가장 먼 거리인 609㎞를 달린다.

미래를 수소경제사회라 부르는 지금, 세계 각국이 수소경제 선점을 위한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이러한 기술력에 힘입어 우리나라도 지난해 12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함으로써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내용이다. 수소 실용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모든 기관이 머리를 맞대는 수소경제위원회도 일찌감치 출범시켰다. 대한민국이 수소경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세계 최초로 수소법도 시행 중이다.

지난 2일에는 수소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역들이 인천 서구에 모였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친환경 수소산업 생태계 구축을 약속했다. 일명 '수소 동맹'이다. 왜 전국에서 가장 환경이 열악한 서구에 모였을까? 현장에서는 의미 있는 협약도 이뤄졌다. 그동안 주민들을 꽤나 속썩였던 정유사는 2023년까지 제조업 공정의 부산물인 부생수소를 기반으로 3만t의 액화수소를 생산한다. 자동차사는 이 수소를 연료 삼아 수소전기차 대중화에 본격 나선다. 2단계로는 2025년까지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청정수소 25만t을 추가 생산, 수소 클러스터 구축을 강화한다.

30년간 수도권 쓰레기가 모인 수도권매립지의 매립가스로도 수소를 만들어낼 수 있다. 서구에서 이미 운행 중인 수소전기차를 포함해 앞으로 운행될 차량에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단일 사업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연료전지 발전소도 서구에 위치해 있다. 수도권 전력의 핵심기지인 한국남부발전(주)가 그 주인공으로 19만 가구에 전력을, 3만 가구에 난방열을 공급할 수 있는 거대 용량을 갖췄다. 여기에 폐플라스틱과 폐비닐로도 재생연료를 만들어내는데, 순도가 가장 높은 그린수소까지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골치 아픈 쓰레기 문제를 해소하는 것은 물론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연료까지 얻는다니 이런 게 진짜 혁신이 아닐까 싶다.

수소경제사회로의 전환은 서구가 그간 겪어온 환경과 안전상의 갈등을 해소하고 국제환경도시로의 반전 묘미를 선보일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버려지는 자원이 미래를 선도할 가치 있는 자원으로 탈바꿈하는 경이로움을 우리는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다. <위대한 혁신>의 저자이자 현대 경영학을 창시한 피터 드러커는 “기회는 준비된 자의 몫이다. 기회가 노크할 때 사람들은 그 문을 열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수소경제사회를 맞아 서구가 경제와 환경 모든 면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

 

/이재현 인천 서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