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 1년이 지나고 있다. 11(민주당):1(국민의힘):1(무소속)로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벌써 성적표를 따지기에는 이르지만 초선의원 중 허종식·배준영 의원의 활약상이 특히 눈에 띈다. 중진 정치인들도 점차 차수를 늘리며 중앙무대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각종 개혁법안 통과에 압장서고 있는 신동근 의원을 비롯해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으로 활약 중인 윤관석 의원 등도 자주 언론에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5선의 송영길 의원과 4선의 홍영표 의원이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동시에 출전하면서 중앙 정치권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당대표 선거에서는 홍영표 의원이 먼저 치고 나가고 있다.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당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고 연일 전국을 돌면서 지지세를 넓히고 있다. 당 핵심 지지층에서는 벌써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 마무리와 내년 대선에서 승리를 위해 헌신하며, 이를 위해 자신의 정치를 하지 않는 인물로 홍 의원을 꼽으며 강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실제 각종 전국 단위 선거에서 자신을 내세우기보다는 맡은 일을 묵묵히 소화하면서 노무현, 문재인 정부 탄생에 공헌한 면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지난 2018년 원내대표 시절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며 각종 개혁입법의 물꼬를 튼 성과를 인정받으며 '믿을 수 있다', '일 잘한다' 등의 평가도 그의 행보에 도움을 주고 있다. 물론 가장 약점으로 꼽히는 대중적 인지도 부족은 스스로 극복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이에 비해 송영길 의원은 조금 느긋한 모습이다. 공식적인 출마선언도 4_7 재보궐 선거 이후로 미뤄놓고 있다. 범여권에서는 문재인 정부와 차기 정권 탄생을 함께하며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가는 정치인으로 송 의원이 가장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그의 대중적 인지도는 높다. 학생운동권 출신에 인천에서 노동운동을 했으며, 변호사를 거쳐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인천시장을 거치면서 행정능력도 겸비했고, 영어_중국어_러시아어_아랍어까지 구사하는 등 탁월한 어학능력에 국제정치 감각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다양한 정치인과 어울리며 친문핵심은 아니지만 문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으며 이낙연, 이재명 등 대선 후보들과도 두루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대중적 인기가 높은 만큼 안티 그룹도 많아 이에 대한 관리도 필요해 보인다.

인천의 대표 정치인 두 명이 동시에 지지를 호소하다 보니 지역 국회의원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대중적 지지세는 송 의원이 앞서지만, 지역 국회의원만 놓고 본다면 6(홍):4(송):1(중립) 정도로 홍 의원이 앞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개적으로 표명하지는 않지만 신동근, 정일영, 맹성규, 박찬대, 유동수 의원 등은 홍 의원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관석, 허종식, 이성만 의원 등은 송 의원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김교흥 의원은 정세균 총리의 대선 출마를 돕는데 올인하고 있고 사실상 중립적인 자세를 보인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만저만 곤란한 상황이 아니다. 내심 단일화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표정들이다. 누구를 지지하냐고 물어보면 “두 의원 모두 좋다”는 대답만 돌아온다. 당 대표가 누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개적인 지지를 표명해 얼굴 붉힐 필요는 없다는 현실적인 고민의 결과다. 만일 홍영표_송영길 의원 중 여당 대표가 나온다면 인천 정치인으로서는 황우여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에 이어 두 번째다. 황 전 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5선에 성공한 후 당 대표가 됐다. 인천 전체로 보면 좋은 기회다.

그동안 인천 정치권은 다른 지역에 비해 별다른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수도권에 묶이면서 서울이나 경기도처럼 의원 수가 많은 것도 아니고, 선거 때마다 여야 지지율이 전국 평균을 찍으면서 정치색이 강하지 않은 것도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번엔 여당에 압도적 승리를 몰아줬지만 별다른 변화는 없어 보인다.

여전히 인천의 주요 현안들은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 코로나 시대 인천에 가장 필요한 '감염병 전문 종합병원' 건립이 대구에 밀려 또 다시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여기에 국제공항과 함께 필수시설인 항공정비단지 인천 유치도 계속 늦춰지고 있다. 모든 조건과 환경, 명분이 인천을 향하고 있지만, 여전히 경남 사천과 몇 년째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여당 대표는 크게 보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이면서 동시에 인천으로서는 지역 현안을 해결할 좋은 기회다. 홍영표_송영길 의원의 건투를 빈다

 

/남창섭 정치2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