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재배 써놓고 묘목 경작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에 대한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한국주택토지공사(LH) 직원들이 농업경영계획서를 허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지 취득 과정에서 '벼'를 재배하겠다고 했으나, 실상은 묘목을 경작하고 있어 투기 의혹이 더 짙어지고 있다.

8일 전용기(민주당·비례)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시흥시로부터 과림동에 있는 한 투기 의혹 토지(3996㎡)의 농업경영계획서를 전달받았다. 해당 토지는 2019년 6월 3일 LH 직원 4명이 공동 매입해 소유 중인 곳으로, 당시 이들은 주재배 예정 작목으로 벼를 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2명은 영농 경력을 각각 5년과 7년으로 기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농업경영계획서와 달리 해당 토지에는 벼보다 관리가 쉬운 '버드나무' 묘목이 빼곡하게 심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벼를 주재배 예정 작목으로 적었으나, 실제로는 가만히 둬도 알아서 자라는 버드나무를 심어둔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LH 직원 1명과 그의 지인이 공동 소유한 토지(2739㎡) 역시 농업경영계획서 내 주재배 예정 작목은 벼였으나, 똑같이 버드나무 묘목이 심어져 있었다. 현행 농지법에 따라 농지를 취득하려는 이는 지방자치단체에 농업경영계획서를 내고 농지취득자격 증명을 받아야 한다.

농업경영계획서에는 소재지와 면적, 주재배 예정 작목과 노동력, 농업 장비 확보 방안 등을 적어야 한다. 비농업인이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매입하는 것을 막고 농업인이 직접 땅을 소유한다는 경자유전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실제 농지법 10조는 '거짓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경우'나 '정당한 사유 없이 농업경영계획서 내용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사유 발생일로부터 1년 이내 해당 농지를 처분하도록 한다.

하지만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들이 지자체에 낸 농업경영계획서는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직업란이 비어 있거나, 특정 필지의 공동소유자가 각각 작성해 제출해야 하는 계획서 내용이 동일한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여러 계획서에 적힌 필체 역시 한명이 대표로 쓴 것처럼 유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업경영계획서는 자필 작성이 원칙이다.

전용기 의원은 “LH 직원들이 허위 농업경영계획서까지 작성해가며 신도시 예정 부지를 매입해 재산 증식에 매진한 정황이 확인됐다”며 “공정이란 가치가 더 훼손되지 않도록 개발정보를 빼돌려 부동산을 매입한 직원들을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