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아트센터 2021년 첫 번째 기획전

박선민 등 9인 국내외 작가 참여
생존사회·양극화 과속화 경고
다양성·공존·삶에 대한 고민
▲ 로레 프로보·요나스 스탈 작 '모호한 연합'.

단단한 세상, 9명의 작가들은 두드렸다. 쑤시고 할퀴어 작은 구멍을 낸다. 이내 구멍의 틈새로 빛이 들어온다. 그들의 ‘전술’이 마침내 세상을 바꿨다.

백남준아트센터가 6월3일까지 2021년 첫 번째 기획전, ‘전술들’을 선보인다. 기획 전시 ‘전술들’은 2020년 인류에 들이닥친 전대미문의 전염병으로 팬데믹 상황이 우리를 원시시대와 같은 ‘생존을 위한 사회’로 회귀시키고, 양극화를 과속화 시킬 것을 우려한 경고의 메시지가 담긴 전시다.

또 작가들은 이 바이러스로 차별과 혐오의 발언을 당연하게 내뱉는 것이 일상화돼 감에 따라 작금의 현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음을 깨닫고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마주하고 개인과 공동체는 새로운 생존 전술, 저항 전술, 차별과 불평등에 저항하는 법을 고민한다. 여기에 쏟아져 나오는 댓글과 가짜 뉴스를 가려내려는 시도, 혐오가 불러일으키는 어리석고도 무분별한 폭력에 맞서는 법, 더욱 깊어지는 양극화, 만연하는 감시 체계를 축제로 전환하는 법, 타인에 대한 공포를 연대와 공감의 가능성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찾는 등 새로운 ‘전술’들로 팬데믹 상황에 대응한다.

▲ 박선민 작 '모든 떨리는 것에 대한'.
▲ 박선민 작 '모든 떨리는 것에 대한'.

이번 전시 ‘전술들’은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배려, 자연과 사물, 인류가 공존할 수 있는 삶과 예술의 ‘전술’들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전시에서 사용하는 ‘전술’은 프랑스 학자 미셸 드 세르토로부터 나온 개념이다. 세르토에게 ‘전술’은 근대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 권력에 저항하는 일상과 실천의 방식, ‘주체의 수행성(performative)’을 의미한다.

‘전술들’의 작가들은 전시(戰時)와도 같은 이 시기에 몸으로 행하는 작은 '수행’들로 하여금 변화를 모색한다.

▲ 구민자 작 '라고 치자'.
▲ 구민자 작 '라고 치자'.

9명의 작가는 사물도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시각으로 연합을 결성하거나(로레 프로보·요나스 스탈)소도시의 작은 커뮤니티를 구제하기 위한 공공의 안무를 짜고 퍼포먼스를 수행하기도 하며(요한나 빌링), 화물노조 운전기사들의 투쟁 동선을 따라 ‘트럭 운전자들의 브이로그’를 스트리밍 하기도 한다.(배드 뉴 데이즈). 장난감에게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어주는 행위로 끝없는 기다림을 되새기고(박승원), 끈질긴 응시를 통해 이 시대를 어떻게 바라볼지 고민하기도 하며(박선민), 도시의 주변인, 스케이터들을 따라 도시의 동선을 재편하고 이를 통해 타자에 대한 이해와 포용에 대해 이야기한다(전소정). 또 가상의 세계, 시간의 혼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을 모색하고(송민정), 과학과 의학의 발전이 정점에 이르렀다 여겨지는 현재,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역설적 상황 속에서 과학적 진리와 규칙에 대해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구민자)

전시 ‘전술들’은 타자가 억압과 감시의 대상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작은 이야기로 그 체계를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한다.

작가들은 전시를 통해 이 작은 예술적 실천들을 밀어 넣어 ‘단단한 세상 속’을 들여다볼 작은 구멍을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전시 관련보다 자세한 문의 사항은 백남준아트센터 홈페이지(http://njp.ggcf.kr)로 하면 된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사진제공=백남준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