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인천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갯벌을 가진 지역이었다. 김포갯벌과 남동갯벌, 송도갯벌로 불렸던 광활한 갯벌을 보유한 인천시였다. 하지만 현재는 사라진 혹은 사라지고 있는 인천의 3대 갯벌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천시의 확장이 갯벌 매립의 역사라는 사실도 잊혀졌다.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보전된 송도갯벌 일부분이 습지보전법 제8조에 의한 습지보호지역이거나, 국제협약인 람사르협약에 의해 관리번호 2209번으로 2014년 등록된 람사르 사이트(Ramsar site) 인 것을 알고 있는 사람 역시 많지 않다.

보호지역은 '법률 또는 기타 효과적인 수단을 통해, 생태계 서비스와 문화적 가치를 포함한 자연의 장기적 보전을 위해 지정·인지·관리되는 지리적으로 한정된 공간(2008. IUCN 정의)'이다. 그렇기에 보호지역 지정은 '공간적으로 특정한 지역을 명확한 관리주체와 관리체제를 바탕으로 법률과 제도에 의한 장기적 관리를 통해 생태적 특성을 지속적으로 보전하겠다'는 국내외적인 약속이다.

역사적으로 보호지역의 출발은 1872년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Yellowstone National Park) 지정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세계 각국은 자국의 법과 제도에 의해 다양한 보호지역을 운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환경부,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문화재청, 산림청 등 5개 부처에서 14개의 법률에 의해 지정된 총 32개 유형의 3439개소의 보호지역을 관리하고 있다.

이 중 송도갯벌은 습지보전법에 근거한 습지보호지역이며, 람사르협약에 의한 람사르습지이다. 습지보전법은 최초의 전 지구적 규모의 다자간 환경협약이자 '습지'라는 단일 생태계시스템 보호를 위한 유일한 국제협약인 람사르협약의 국내 이행법이다. 1996년 해양수산부의 출범 이후 우리나라 정부는 1997년 람사르협약 당사국으로 가입하였고, 협약의 이행을 위한 국내법으로 1999년 습지보전법을 제정하였다. 습지보전법 제정은 대한민국 갯벌 보전의 역사적 전환점이었으며, 이를 통해 '쓸모없는 공간'으로 간척 매립의 대상이었던 갯벌은 '생태계의 보고'라는 인식의 전환을 맞이하였다.

시화호 및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국제적 비난과 질타를 받았던 우리나라는 습지보전법 제정 및 갯벌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통해 갯벌보전을 국내외적으로 약속했고, 2008년 '세계습지의 날' 행사에 해양수산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 공동 선언을 통해 '연안습지(갯벌)의 20% 이상을 보호지역으로 지정, 대규모 매립의 원칙적 억제, 과학적인 습지 조사, 습지의 현명하고 지속가능한 이용, 훼손된 습지의 적극 복원' 등을 골자로 하는 갯벌 보전정책 방향을 제시하였다.

인천시 역시 이러한 대한민국의 갯벌보전 정책의 흐름에 맞추어 2009년 송도갯벌 습지보호지역을 지정하였고, 2014년에는 람사르협약의 '보전 필요성'에 따라 국제보호지역인 람사르습지로 등록하였다. 이는 송도갯벌을 인천시의 자산이 아니라 인류의 자연 자산으로 세계인과 함께 보호하겠다는 약속인 것이다.

이러한 송도갯벌에 도로 건설 논쟁이 벌어졌다. 혹자들은 개발과 보전의 논쟁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국내외 보호지역 관련 법률과 제도, 국제적 협약과 국제사회에 대한 인천시와 우리 정부의 신뢰성 문제다. 습지의 현명한 이용이란 '지속가능한 발전의 맥락에서 생태계를 고려한 접근을 통해 달성되는 습지의 생태적 특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인천의 마지막 남은 갯벌 한 조각인 송도갯벌. '그곳을 반드시 지키겠다'던 인천시와 대한민국의 약속은 여전히 유효한가? 자연생태계 복원을 이야기하는 그린뉴딜의 시대에 우리는 아직도 도로 건설로 인한 갯벌 훼손을 중단하라고 외치고 있다.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 가치에 대한 기념비적인 전환을 맞이하고 있는 시대의 흐름, 그 흐름에 정책입안자들의 인식 전환과 동참을 기대해본다.

 

/명호 (사)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