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광역시 가운데 인천과 울산 두 곳에만 고등법원이 없다. 이 때문에 300만 인천시민들은 항소심 재판을 받으러 서울까지 가는 불편을 겪고 있다. 아울러 같은 법률 생활권인 경기 부천시와 김포시를 더하면 430만명이 넘는다. 인천에 고등법원을 유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이유다.

인천·부천·김포지역 시민의 항소 사건을 전담하는 서울고등법원 원외재판부가 2019년 3월 인천에 문을 연 지 만 2년째를 맞는다. 그렇긴 해도 여전히 민사·가사재판만 벌이고 형사·행정 사건을 다루지 못해 '반쪽짜리 재판부'란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역 법조계에선 인천고등법원 설치가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자, 시민들의 사법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이라고 지적한다.

인천 원외재판부는 제1민사부·제2가사부와 제2민사부·제1가사부 등 2개 재판부로 운영된다. 지난해 2개 재판부에 접수된 항소 사건은 530건(민사 478·가사 52), 2019년엔 항소 사건 401건(민사 367·가사 34)에 이른다. 문제는 형사·행정 사건을 전담하는 재판부가 없다 보니, 해당 사건 당사자들이 서울고법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몇년 전부터 지역사회에서 원외재판부 설치 요구 목소리가 쏟아지자, 겨우 인천지법에 원외재판부가 들어서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시민들은 불만을 나타낸다. 인천변호사회가 얼마 전 시민과 법조인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인천에 고등법원을 대신해 서울고법 원외재판부가 설치된 데 대해 응답자의 74%가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만족한다'는 답변은 고작 17%에 불과했다. 설무 조사이긴 하지만, 고등법원 설립을 위한 시민들의 요구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이제 단순히 인구수만 갖고 고등법원 설치를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시민들의 사법 접근성 향상을 위해선 그런 논리가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고 여겨진다. 시민들이 고등법원이 없어 헌법상 평등권을 비롯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재산권의 침해를 받고 있다면, 얘기가 사뭇 달라진다. 시민들의 '사법권 보장'이 우선이라는 말이다. 여기에 사법부 구조가 광역 단위로 분산되는 추세인 점을 감안할 때, 광역시마다 고등법원을 설립하는 일은 이제 대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