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극단 '신의 막내딸 아네모네'

객석 무대 위로 올려 생동감 극대화
조명·음향 활용 몽환적인 분위기 연출
이상 -현실 괴리 겪는 현대인 그려
▲ 지난 6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연극 ‘신의 막내딸 아네모네’의 공연모습.  /사진제공=경기도극단
▲ 지난 6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연극 ‘신의 막내딸 아네모네’의 공연모습. /사진제공=경기도극단

신의 딸이라고 믿는 한 여자. 그녀는 자신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 믿는다. 그녀가 말하는 구원은 별것 없다. 억울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손잡아주고, 사랑이 필요한 곳에 사랑을 주는 것. 그것이 구원이라 여겼다. 아네모네는 기꺼이 인간 세상에 뛰어들어 그들의 삶을 겪고자 한다. 그러나 그녀가 그리던 세상은 달랐고 좌절과 배신, 반복되는 일상 속에 찾아온 회의감. 세상은 결코 바뀌지 않았다.

극은 지독히도 우리의 삶과 닮아있다. 오로지 사랑만 가지고 인간과의 결혼을 택한 아네모네의 삶을 통해 오늘날 현대인들이 겪는 인생의 고초와 굴곡, 한계에 맞부딪힌 인간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건드리고 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허탈, 허무, 헛헛함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춰댔다.

배신, 속절없는 사랑, 기대, 기다림, 사랑의 괴로움, 허무한 사랑, 이룰 수 없는 사랑, 사랑의 쓴맛…. 세상 모든 이별의 메시지가 담긴 아네모네의 꽃말처럼 인간 세상을 지독히도 사랑했지만 반복되는 삶 속, 좌절감을 느끼고 떠나야만 했던 '신의 막내딸 아네모네'는 마지막 말을 남긴다. “잘 있어. 바이바이. 아네모네 꽃을 보면 나를 떠올려줘. 안녕.”

경기도극단이 지난 6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신의 막내딸 아네모네'는 일본의 작가 마츠이 슈가 현대적인 언어로 재해석한 스트린드 베리의 '꿈의 연극'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무대는 마치 꿈속을 걷는 듯, 몽환적인이면서도 황홀하다. 특별한 무대장치 하나 없이도 비현실 무대를 완벽히 재현해 낸다. 오색찬란한 조명, 스트링과 건반, 돌발적인 음향 효과는 관객들을 한껏 꿈속 세상으로 끌어들였다.

특히 무대 위로 객석을 마련하고 관객을 무대 위에 불러올리도록 한 연출은 입체적이고 환상적이게 만들었다. 배우들의 원숙한 연기도 한 몫 거든다. 익살스런 표정과 재치 넘치는 몸짓은 관객과 가까워진 거리만큼 생동감 있게 다루고 있다.

▲ 지난 6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연극 ‘신의 막내딸 아네모네’의 공연모습.  /사진제공=경기도극단
▲ 지난 6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연극 ‘신의 막내딸 아네모네’의 공연모습. /사진제공=경기도극단

신의 막내딸 아네모네의 연출을 맡은 김정은 “꿈과 현실을 다루는 의미는 어떤 때는 꿈이 현실 같고 현실이 꿈 같을 때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장을 뒤집어 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년부터 코로나 사태로 공연장이 없어질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고 시간이 꽤 길었는데 관객들이 없는 상태에서 무대를 지속해서 만들어 갈 수 있을까란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판타지와 리얼이 섞여 있는 상황이 한편의 꿈을 보듯 느끼길 기대하며 현실에 돌아갔을 때 현실을 대입해 곱씹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아네모네 역을 맡은 경기도극단 이애린 단원은 “주옥같은 대사에는 숨겨진 의미가 많다. 극에서 대사를 통해 자신의 인생에 비춰 조언이 되는 말들을 찾아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은 오는 10일까지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다. 전석 3만원이며 13세 이상부터 관람할 수 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