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년 3월8일 미국섬유공장 여성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철폐와 여성의 참정권 보장을 외치며 무장한 군대와 경찰에 맞서 싸운 지 113년 되었다. 전 세계의 사람들은 이날을 기억하며 '세계여성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올해는 인천에서 최초의 여성노동투쟁 100년이 되는 해다. 그러나 우리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하면 성냥공장을 떠올린다. '인천의 성냥공장 아가씨'로 저속하게 표현한 노래로 널리 불리며, 한때 성냥공장 여공들이라 칭했던 여성노동자들이 1920년대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동맹파업을 했다. 이들이 여성노동운동사의 주역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1920년대 우리나라 성냥 공급량의 70% 이상을 공급했던 성냥공장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여성들이었다. 1921년 3월 10일 조선인촌회사의 150여명의 노동자들은 부당한 처우에 대항해 지배인 배척을 선언하며 동맹파업에 들어갔다. 1920년대 노동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다. 우리가 기억하고 이어가야할 여성노동의 역사이며 여성인권운동의 역사다.

1908년 미국에서, 1921년 인천에서 여성노동자들이 투쟁했듯이 오늘의 여성들 또한 차별에 맞선 생존권 투쟁은 끝나지 않고 이어오고 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노동현장에서 가정에서, 사회에서 우리의 모든 일상에서 차별이 정당화되고 있다. OECD국가 중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성별임금격차 33%는 여성노동자들이 33% 더 가난하고 불안정한 삶을 살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코로나19 재난으로 여성노동 위기는 더 가속화되었다. K자형을 향하는 경기회복에서 여성노동자는 죽음의 계곡으로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다. 가정폭력, 직장에서의 성희롱, N번방 사건, 디저털성범죄 등 여성을 성적대상으로 하는 범죄는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가정이나 사회 어디든지 온전하게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여성들이 불평등과 차별에 온 몸을 던진 싸움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3_8 세계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전국의 여성노동자들은 평등하지 않는 노동, 가난과 불안을 멈추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로 인한 여성해고 이제 그만!/ 돌봄 일자리 저평가 이제 그만!/ 여성 독박 돌봄 이제 그만!/

최저임금 기준인 시대 이제 그만!/ 비정규직 차별 이제 그만!

또한 인천의 여성들은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변화를 위한 여성들의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고 선언하며 노동현장에서의 성차별 철폐 요구, 모든 영역에서의 대표성 강화 요구, 성착취 범죄 근절과 처벌강화 요구, 성차별과 성착취 없는 성평등 도시 인천 요구 등 9가지의 행동강령을 선포했다. 308명의 여성들은 성평등 실현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박명숙 인천여성노동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