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회담 불발 이후 남북관계는 긴 어둠의 터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은 8차 당 대회에서 남북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을 거론했다. 한미연합훈련이 “조선반도의 평화와 군사적 안정을 보장할 데 대한 북남합의 리행에 역행”이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선제타격과 참수작전이 포함된 훈련을 통상적인 방어훈련으로 받아들일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조건부 전시작전권 반환과 훈련 재개를 바라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안보를 위해 동맹을 중시하다보니 한반도에는 정작 긴장이 고조되는 역설적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안보의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한편 신년 들어 '대전환의 시간'을 언급하며 남북관계 개선의 활로를 모색했던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대북제재 재검토 발언이 서방 사회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이 장관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제재가 성공적인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지 살펴볼 때”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북제재의 목적이 비핵화이지 북의 주민들을 고통스럽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하고 원론적인 이야기다. 그럼에도 미국은 '그 원인이 김정은의 책임이지 대북정책이 그 원인이 아니다'라며 가당치도 않은 비난을 퍼부었다. 견지망월(見指忘月)이자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의 해석이 아닐 수 없다.

북은 대북제재와 함께 자연재해와 코로나 상황으로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거듭된 대북제재에 대한 강조는 북에 대한 체재 위협이다. 아플 때 위로하고 손을 내밀면 고마움이 배가 되지만 위로는커녕 상처난 부위를 들쑤시면 분노가 배가 되는 법이다.

이 장관이 언급한 철도·도로 등 비상업용 공공 인프라 분야의 제재 면제는 남과 북의 정상이 합의한 내용이다. 언제까지 남의 눈치나 보며 우리의 운명을 내맡겨서는 안된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는 남과 북이다. 인천시도 명심해야 한다.

남북문제에 있어 중요한 것은 일관되고 진정성 있는 태도다. 조건이나 타박하고 중앙정부의 눈치나 살피는 태도로는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주도할 수 없다.

우선 인천항에서 남포항을 통한 인도주의적 물자지원을 명분으로 인천~남포 항로 개설의 물꼬를 트고 남포항 현대화 사업을 위한 노력에 다시 나서야 한다. 당장 공사에 들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면 최소한의 실무접촉으로부터 시작해 대화하고 협력해야 할 사항은 차고 넘친다. 군항으로 사용 여부 등의 민감한 문제는 머리를 맞대 해결하자.

또 기재부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백령공항 건설문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백령공항 건설의 문제는 개발사업의 관점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백령공항 건설은 서해5도민의 생명과 인권의 문제다. 뿐만 아니라 신의주를 거쳐 평양과 원산·갈마·금강산 관광지구 그리고 개성을 통한 관광객을 인천의 내륙을 거쳐 서해5도로 안내하는 남과 북의 번영을 위한 협력사업의 일환이다.

남과 북의 연결 경로 등은 지혜를 모아보자.

이러저러한 고민 속에서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인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서해남북평화도로가 국가도로로 지정된 것이다. 서해남북평화도로는 영종도에서 신도, 강화도를 거쳐 해주와 개성을 연결하는 남북의 화해와 협력의 상징이자 통일시대를 앞당기는 번영의 핏줄이다.

국토부는 올 상반기에 기재부와의 협의를 거쳐 제2차 국가도로 종합계획에 반영할 방침을 세웠다.

이렇게 되면 민자방식으로 계획된 2단계 신도~강화도 구간이 재정사업으로 전환되면서 시행시기 또한 앞당겨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신도~강화도 구간의 길이도 20.9㎞가 연장돼 영종도~강화도 서해남북평화도로의 전체 구간은 35.5㎞로 늘어났다.

서해남북평화도로 건설은 남북관계의 부침에서 벗어나 인천시가 할 수 있는 만큼은 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다. 남북관계가 진전된다면 강화도~개성 구간과 강화도~해주 구간의 연결도 곧 머지않은 미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장금석 인천시 남북협력특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