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사퇴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치를 할 것이라는 예상이 일반적이다. 명시적으로 정계 진출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사퇴 전 한 말들의 행간을 살펴보면 사실상의 정치 선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역대 검찰총장들은 대부분 퇴임을 앞두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다. 하지만 윤 청장은 이런 말을 담지 않아 정치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사퇴 과정도 역대 총장들과 달랐다. 정권과 갈등을 빚다가 사퇴한 총장들은 대개 퇴임사에서 정권에 대한 비판을 우회적으로 드러냈지만, 윤 총장은 정권을 신랄하게 비난하는 언론 인터뷰를 한 뒤 이틀 만에 공개적인 사퇴 선언을 했다. 그 전날에는 보수의 심장으로 여겨지는 대구를 방문했다. 기성 정치인들의 행보와 유사하다.

그는 정권과 첨예하게 대립해 왔지만, 정작 해야 할 일은 못했다는 지적이 사퇴 후 제기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수사•기소권 분리 논란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수사•기소 분리는 입법 추진 과정에 불과하다. 검찰도 적법한 절차를 통해 논리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고 나설 수 있었다. 그러나 윤 총장은 이 방면에는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정권에 맞서는 싸움닭 같은 인상을 주면서 대선주자로 부각되는 수확은 거뒀지만, 정작 검찰 조직의 명예와 실리를 지키는 일에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 앞에서, 검찰의 입장과 명분을 반영시키는 방법으로 개혁을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그랬다면 자신은 물론이고 검찰의 위상도 달라졌을 것이다. 수도권의 한 검사는 “여권의 수사권 박탈 시도에 맞서 총장이 논리정연한 주장을 펼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철저한 '검찰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검찰주의에 대한 명확한 해석은 없지만, 좋은 뜻으로 쓰이지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는 정의롭다는 말도 오랫동안 들어왔다. 하지만 그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는 시각도 있었다. 정치를 하게 되면 이러한 평들이 오해에 불과했다는 것을 입증하고, 보편적 정의를 실현하는 정치인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