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장관 말고 총리 나와라" 고자세

 

▲ 지난달 17일 일본 도쿄의 한 의료기관에서 의료 종사자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주사기에 채우고 있다.

일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애초 계획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접종이 사실상 늦춰지고 있으며 접종자 수는 백신 접종을 일본보다 늦게 시작한 한국에 따라잡혔다.

일본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의 다음 달 공급량이 애초 예상한 것보다 적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민 접종 계획을 수정하거나 일단 중단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마이니치(每日)신문 7일자 보도를 인용해 전했다.

마이니치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65세 이상 고령자 약 3600만명에 대한 우선 접종이 빨라도 4월 1일 이후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접종 기간이나 접종 장소에 대한 계획을 마련하라고 올해 1월 하순 각 지자체에 요청했다.

하지만 공급량이 애초 예상보다 빠듯할 것으로 파악되자 고령자 우선 접종을 4월에는 한정적으로 실시한다고 방침을 변경했다.

4월 12일에 개시한다고 일정을 제시하기는 했으나 지자체에 최초 공급하는 물량을 5만명 분으로 한정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 때문에 각 지자체의 계획도 변경되고 있으며, 일본의 백신 접종도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도쿄도(東京都) 아다치(足立)구는 4월 중순부터 9월 하순까지 매주 2만명을 상대로 접종하는 계획을 추진했으나 백신 공급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일단 계획을 재검토 중이다.

지난달 17일 화이자 백신 접종을 개시했으나 5일 오후 5시까지 의료 종사자 4만6000여 명을 접종하는 데 그쳤다.

반면 한국은 일본보다 9일 늦은 지난달 26일 접종을 시작했으나 5일 0시 기준 일본의 약 5배인 22만5853명이 접종했다.

▲ 일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책임자인 고노 다로 행정개혁 담당상이 지난달 16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백신 확보 과정에서 상당히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화이자 측은 "백신 교섭에 총리가 나오면 좋겠다"고 다소 고압적인 자세로 일본 정부와 협상에 임했다.

또한 백신 1병으로 6회 접종할 수 있는 주사기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약 1200만 명분의 손실 가능성까지 대두하는 등 일본 정부는 악조건으로 내몰렸다.

7월 개최를 목표로 하는 도쿄올림픽과 10월 중의원 임기 만료에 따른 총선 등으로 백신 확보가 매우 절박한 상황이었으며 백신 협상 과정에서 일본 측이 농락당한 셈이라고 교도통신은 진단했다.

우여곡절 끝에 고노 담당상은 2월 26일 기자회견에서 "6월 말까지 고령자 약 3천600만 명분의 배송을 완료한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여당 관계자는 3천600만 명분 확보에 관해 "약점을 잡혀서 비싼 값에 사게 됐다"고 촌평했다.

화이자는 백신 가격이 계약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조혁신 기자 mrpe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