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공분을 산 '정인이 학대사건'은 대한민국 아동학대의 그늘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회악임에도 불구하고 아동학대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 인천에서 어린 아이들이 부모의 학대로 목숨을 잃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제 아동학대가 발생할 때마다 내놓는 사후약방문식 대응은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 아이들이 불안한 환경에서 폭력과 가혹행위에 시달리고 방치되는 일이 일개의 가정사로 치부돼서는 더욱 안 된다.

돌이켜보면 2013년 울산·칠곡 아동학대 사망사건은 국민적 여론을 환기시키기에 충분했다. 아동학대 특례법이 제정되고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시도됐지만 아동학대 유형은 극단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2019년 9월 미추홀구에서 발생한 '5살 의붓아들 목검 학대치사 사건'을 본 시민들은 분노했다. 지난해 8월에는 6살 여자아이가 온 몸에 멍이 든 채 외삼촌 외숙모의 학대로 숨졌다. 한 달 뒤 돌봄 사각지대에서 일어난 '라면 형제' 화재사건은 전국을 흔들었다. 서구 국공립어린이집에서는 교사들이 자폐증을 앓고 있는 영·유아들을 지속적으로 학대한 사실이 밝혀졌다. 올 초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8살 딸을 숨지게 한 20대 계부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바로 며칠 전에도 중구 운남동 한 다세대주택에서 여자 어린아이가 숨져 20대 부부가 구속됐다.

연이은 충격적인 아동학대 사건들이 국민 여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아동학대처벌법,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장기결석 전수조사, 아동보호서비스 등 법과 제도가 확충되었다고는 하지만 학대 현장에서의 실효성은 미미하다. 정부의 사회적 약자 보호 정책이 구호에 불과할 뿐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일 것이다.

아동학대 범죄 처벌에 앞서 예방 시스템이 작동되고 아동학대 예방교육과 인식 등이 좀 더 견고해져야겠다. 아동들에게 가해지는 마음의 깊은 상처는 결국 미래 사회의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대부분의 아동학대 사건은 방어능력이 없는 정서적·신체적 약자인 아동 인격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 그 원인을 찾고 해결 방안이 실천돼야 한다. 모든 성인은 부모 밖의 또 다른 어른이다.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과 보호가 긍정적인 사회자원이 될 수 있도록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의미를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