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전격 사퇴의사를 밝히자, 4월 재보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4·7 재보선과 1년 뒤 대선에 미칠 영향을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대검찰청 청사 현관 앞에서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고 한다”며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상식·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렵다”며 여당이 추진하는 검찰의 수사권 완전 폐지를 전제로 한 중대범죄수사청 입법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 총장은 “검찰에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지금까지 해왔듯이 앞으로도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 총장의 전격 사퇴 표명에 대해 여권은 윤 총장의 대권주자 경쟁력을 깎아내리는 반면 존재감 있는 주자가 없는 야권에선 내심 기대감을 나타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총장이 최근 검찰 수사권 폐지에 공개 반기를 든 것을 두고 공식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내심 불편한 기류였다. 공직자 신분인데도 이미 정치인 같은 행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핵심 관계자는 “사의를 표명하는 순간 정치를 시작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윤 총장 사퇴에 따른 재보선 영향에 대해 “우리는 우리 길을 가면 된다”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여권과 윤 총장의 대립 구도가 재조명되고 정권 견제 심리가 결집할 가능성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윤 총장의 사퇴 소식에 고무된 분위기다.

핵심 관계자는 “당장 윤 총장의 입당은 어렵겠지만, 그가 야권에 힘을 보태는 제3지대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을 차기 유력 주자로 띄우는 시나리오도 벌써 거론된다. 4·7 재보선 이후 가능성이 거론되는 야권발 정계개편과 맞물려 윤 총장을 정권 심판의 구심점으로 삼으려는 생각이다.

정진석 의원은 “윤 총장의 결기에 민주당이 바짝 쫄아서 재보선 전에 중수청법을 발의하지 못할 것 같다”며 “시장 선거에 어떤 형태로든지 영향을 미치는 셈”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정농단 사건 수사팀장을 지냈고 문재인 정부 초반 ‘적폐청산’ 수사에 앞장섰던 그의 전력에 대한 보수층의 반감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상우 기자 jesus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