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학습 이유 등교조차 안 시켜
학교 가정방문 의사 수차례 회피
지역 동일사건 반복 경각심 요구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아이들은 본 적이 없어요.”
인천 중구 영종국제도시 한 빌라에서 8세 여아가 심정지로 숨져 부모가 학대 의혹을 받는 가운데 3일 찾은 동네 이웃들은 아이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숨진 A(8)양에게는 한 살 위 오빠도 있었지만 빌라에 아이들이 사는 지 전혀 몰랐다는 이웃도 있었다.
이날 오전 이 빌라에서 만난 이웃은 “평소 이웃집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가끔 들렸고 어제도 밤 10시 이후에 큰 소리가 났다”며 “평소 아이들을 보지는 못해서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고 말했다.
빌라 2층에 거주한 지 7개월 됐다는 한 부부는 “강아지 소리는 들었지만 단 한 번도 아이들 목소리는 들어본 적 없다”며 8세 여아 사망 소식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A양은 지난 2일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첫날임에도 등교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A양 오빠인 B군 또한 폐질환을 앓아 학교에 가지 못한다고 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원격·등교수업을 병행했을 당시 A양 부모는 등교수업 때마다 '체험학습'을 이유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학교 측은 아이들에 대한 우려 탓에 가정에 직접 방문하겠다고 했지만 A양 부모는 집에 없다는 이유 등으로 이를 회피했다.
중구는 2019년 A양 부모가 전입신고를 한 뒤 아동학대 의심신고가 접수된 이력은 없다고 밝혔다. A양 남매는 복지 서비스 관리 대상도 아니었다. A양 부모는 딸을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올 1월 미추홀구에서 출생신고도 되지 않은 채 친모 손에 의해 8세 여아가 살해된 데 이어 지역 내 아동학대 사건이 또다시 반복되자 지역사회가 나서 아동 방임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충권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학대 처벌 강화도 필요하지만 사전에 예방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며 “부모 대상으로 자식들을 돌보는 데 필요한 기본교육을 하는 등 지역사회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신영·이아진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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