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0일자 인천일보에 ‘정신 나간 지방의회 행태’라는 제목의 사설이 게재되었다. 사설의 내용은 인천시의회를 비롯한 각 군∙구 의회가 2021년도에 해외연수 예산을 수립했는데 이는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엄중한 상황에 비추어 지극히 잘못된 행태이며 의원 자신의 밥그릇만 챙기는 못된 행동이니 당장 예산을 반납하라는 준엄한 꾸짖음의 글이었다. 마치 악의 무리를 고발하고 무찌르는 참으로 통쾌한 내용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리분별을 따지고 냉정히 살펴보면 허점이 많은 주장이다.  

먼저 예산이란 사용을 전제로 수립하지만 집행은 항상 유동적인 것이다. 그때그때 상황에 임기응변하여 아무 때나 예산을 세울 수 없는 일이라 어려움이 많다. 특히 중앙과 지방 가릴 것 없이 정부예산은 수립 절차와 심의과정이 있기에 대단히 비탄력적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제의 2021년도 해외연수 예산은 2020년 회기 말에 통과되었다. 인천시의회의 경우 2019년에 세워진 2020년도 해외연수 예산 7950만원이 미사용으로 전액 반납된 점에 비추어볼 때 올해도 똑같은 경로를 밟아 불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예 예산을 세우지 않기에는 확신이 서질 않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해외연수 예산만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예산이 혼란을 겪고 있다. 그래서 2021년도 예산은 지난해 대비 약 25% 감액한 5883만원이 세워지게 되었다.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예산을 세웠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지방의회의 못된 행태 운운하면서 비판한다면 이는 예산 제도 전반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신문의 사설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근본적으로 의원들의 해외연수 자체에 대한 부정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그런 뜻이라면 굳이 코로나19 상황을 빗대어 ‘못된 의원’을 만들 필요는 없는 일이다. 의원들의 해외연수는 늘 논쟁의 주제이니 나부터 이 논쟁을 거부할 생각이 없다. 만일 그런 주제의 사설이었다면 이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토론과 쟁론을 마다하지 않겠지만 코로나19 상황을 자기주장의 소재로 삼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신문의 사설대로라면 ‘의원들이 코로나19 상황에 자가용이 웬 말이냐? 모두 걸어 다녀라’고 주장하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나는 언론이 비판하고 공론의 장으로 끄집어내야 할 주제가 이런 지엽적이고 말초적인 것이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정치에 대한 불신만 조장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해외연수 예산을 세웠다는 이유 하나로 코로나19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고 열악한 지방재정을 외면하는 정신 나간 처사라고 비난한다면 이는 명백히 균형감을 상실한 언론의 침소봉대이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지방의원들이 인천일보의 사설에 공감은커녕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는 씁쓸한 생각을 가질 것 같다. 좋은 정치를 만드는 노력은 정치인만 하는 것이 아니다. 신문사도 동참해주길 바란다. 합리적이고 상식의 격에 맞는 비판을 바란다. 

/강원모 인천시의회 제1부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