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가 우려했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공식 선거전이 시작돼 지난 주말 첫 합동연설회가 열렸지만 유권자들의 관심은 냉랭하기만 하다. 후보자들은 공약을 통한 정책대결을 벌이기보다 폭로와 비방을 우선하고 있다. 여기에 각 당은 지방선거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연말 대선을 의식해 `막말"" 공방만을 벌이고 있다. 유권자들은 관심이 없고 혼탁양상은 극심해지고 있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지난주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번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무관심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전국의 유권자 1천5백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선거일에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사람이 42.7%에 불과했다. 지난 98년 지방선거 때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유권자가 67.8%였으나 실제 투표율은 52.7%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대단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유권자들의 무관심 속에서도 후보자들과 각 당의 진흙탕싸움은 점입가경이다. 후보자들이 소신과 정책대결에는 관심이 없고 상대방 흠집내기에 주력하고 있다. 비방은 상대방의 비방을 불러 시간이 지날수록 상호비방이 난무하고 있다. 각 당은 한술 더 떠 공약은 아예 실종됐다. 대선 후보 자질을 놓고 말꼬리를 잡고 늘어져 `막말"" 공방을 계속하고 있을 뿐이다.
 선거판이 혼탁할수록 유권자들의 관심은 낮아진다. 정치에 염증을 느끼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의 지난주 설문조사에서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유권자의 38.8%가 정치에 관심이 없기 때문, 27.5%는 투표를 해도 바뀌는 게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선거판이 갈수록 혼탁해지고, 월드컵 열기는 더 뜨거워지고 있어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사상 최악이 될 공산이 크다.
 이번 선거에서 더 이상 정치권에 기대할 것은 없다. 유권자들이 심판해야 한다. 정치에 대한 염증이 커도 투표에 빠져서는 안된다. 유권자들의 무관심이 그동안 혼탁한 선거판을 방치해 왔고 결국 오늘의 정치 현실을 불렀음을 알아야 한다. 반드시 투표하되 비방과 혼탁을 일삼는 후보, 정당에는 표를 주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잘못된 선거판, 정치판을 바로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