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호매실동 방치견 '백구'
10여명, 주인 한달 설득 구조
SNS 후원금 모아 치료 훈훈
▲ 수원시 호매실동 한 사유지 철창에서 힘든 나날을 보낸 백구가 찾아온 주민을 애처롭게 쳐다보고 있다. /사진제공=주민
▲ 수원시 호매실동 한 사유지 철장에서 힘든 나날을 보낸 백구가 찾아온 주민을 애처롭게 쳐다보고 있다. /사진제공=주민
▲ 수원시 호매실동 한 사유지 철창에서 힘든 나날을 보낸 백구가 찾아온 주민을 애처롭게 쳐다보고 있다. /사진제공=주민

“죽어가는 백구를 살려주세요.”

수원시에서 강추위 속 사유지 철창 속에 방치돼 생명이 위험했던 진돗개를 주민들이 한 달간 끈질긴 노력으로 구해낸 사연이 훈훈함을 주고 있다.

1일 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수원 권선구 호매실동 한 사유지 철창 안에 방치되고 있던 진돗개 '백구'를 주민들이 구해 강원도 춘천에 있는 쉼터에 맡겼다.

백구는 1년 넘게 갇혀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유지 주변에는 수천 가구의 아파트가 있어 주민들이 산책하다가 개가 갇혀 있는 모습을 종종 목격했다고 한다.

하지만 개집은 사방이 뚫린 철창. 눈·비·바람이 다 들어오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곳곳은 무너지고 위생도 좋지 않았다. 게다가 사유지 주인은 끼니를 제때 챙겨주지 않았고, 개장수에게 개를 넘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개는 3~4마리였는데 어느 순간 사라지고, 백구만 홀로 외로이 남았다는 게 주민 설명이다. 일부 주민은 시에 민원을 넣었지만, 주인이 있어 행정상 조치는 어려웠다.

이에 1월부터 김민선(28·여)씨는 10여명의 시민과 힘을 합쳐 '백구 구하기'에 돌입했다. 평소 동물보호와 관련된 활동을 하는 이들이 아닌 평범한 주부 등이다.

▲ 주민들의 노력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구조된 백구./사진제공=주민
▲ 주민들의 노력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구조된 백구./사진제공=주민
▲ 주민들의 노력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구조된 백구. 현재는 치료·예방접종을 받고 입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주민
▲ 주민들의 노력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구조된 백구. 현재는 치료·예방접종을 받고 입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주민

주민들은 '호매실동 백구 살려줍시다'는 제목의 카카오톡 단체방을 만들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 도움을 호소했다. 그 결과 260여만원의 후원금이 모금됐다.

몇몇 주민은 수차례 주인을 만나 설득했으며, 결국 일부 비용을 준 뒤 백구를 철창 밖으로 꺼낼 수 있었다. 주민 도움으로 백구는 태어나 처음으로 땅을 밟았다.

남은 후원금은 병원 치료·예방접종을 비롯해 쉼터 보호 용도 등으로 쓰이고 있다.

백구는 구조 당시 심장사상충 2기 등 병을 앓고 있어 늦었더라면 생명을 잃을 뻔했다.

다행히 백구는 치료를 잘 받고 쉼터에서 건강하게 뛰놀며 지내고 있다.

이런 과정을 중계한 SNS 글에는 응원과 함께 감동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주민들의 과제가 끝난 건 아니다. 백구의 입양이 남았다. 백구는 사람을 잘 따르고 애교도 많지만, 대형견종이라 비교적 입양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주민들은 앞으로도 입양자 찾기와 백구를 위한 모금에 주력할 계획이다.

김씨는 “한 생명이 땅도 못 밟은 채 생을 끝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주민들이 가만 있을 수 없었다”며 “후원금 사용, 백구 상태 등 전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백구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