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철수 않으면 조선 평화 없으리
▲ 깨달음(覺)은 배운(學) 뒤 자신(子)을 희생하며 보이는(見) 행동이 따른다. /그림=소헌

명치유신(明治維新. 메이지유신)으로 자본주의체제를 갖춘 일본은 서구 제국주의를 내세워 조선침략에 혈안이 되었다. _당시 조선은 외세의 침략을 극복함으로써 _민족자주를 확립하고 봉건적 악습을 타파하며 근대화를 이루는 문제에 직면했다. _그러나 배웠다는 학자들은 헛된 논리에만 치중하는 심각한 병폐에 빠져 있었다. 심산心山은 __“성인의 글을 읽고도 세상을 구제하는 뜻을 깨닫지 못하면 가짜 선비다”라며 _민족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선비가 되어야 함을 주장하였다.

“나는 비록 고문으로 죽는 한이 있더라도 결코 함부로 말하지 않을 것이다._ _나는 조선사람으로서 일본법률을 부인한다. 내가 일본인에게 변호를 위탁한다면 얼마나 대의에 모순되는가?”_

일본 재판장이 물었다. “본적이 어디인가?” 심산이 대답한다. “없다.” __“왜 없는가?” _“나라가 없는데 본적이 어디 있느냐?” 심산은 등을 돌려 재판을 거부하였다. 선생은 징역 14년을 선고받고 공소도 거부한 채 형무소로 이감되어 옥고를 치렀다. 그러던 중 일제의 가혹한 고문으로 인해 두 다리를 못 쓰게 된다. 그렇게 벽옹_翁(절름발이 노인)이라는 호가 하나 더 생겨났다.

불각가유(不覺假儒) _깨닫지 못하면 가짜 선비다. 을사늑약(1905.11)이 체결되어 조선은 자주적 외교권을 완전히 잃었다. 이때 심산은 스승(이승희)을 따라 대궐 앞에 나아가 청참오적소(請斬五賊疏. 을사5적_의 목을 벨 것)를 올렸다. _그러나 일제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하자 통곡하며 귀향한 후 본격적인 국권회복에 뛰어들었다. 심산 김창숙은 참 선비였다. _유학경서나 읽고 거들먹대는 선비가 아니라, 시대악과 처절하게 맞서 싸운 선비였다. _그가 타도하고자 한 원흉은 일본 침략주의 세력이었으며, 광복 후에는 분단 및 이승만 독재세력이었다.

 

覺 각 [깨닫다 / 터득하다]

①學(학)은 아이들(子)이 책상(_) 위에 손(臼깍지낄 국)으로 산가지(爻효)를 뿌리며 글자를 배우는 모습이다. 글방을 뜻하기도 한다. ②학문(學)은 회초리(爻)로 맞아가면서(子) 배우는 것이다. 배움(學)은 문자(文)를 익히는 것이니 _(학)으로도 쓴다. ④깨달음(覺각)은 배우는(學생략형-자신의 희생) 데서 오고, 배움은 글자를 보는(見견) 데서 온다.

 

斬 참 [베다 / 끊다 / 참수斬首]

①수레의 양쪽 바퀴(十.十)와 짐칸(田)까지 넣은 車(차/거)가 들어가면 주로 가마_수레_전차와 관련된 뜻을 갖는다. ②죄인은 수레(車)에 가두어 압송한다. 斬(참)에서는 車(차)가 신문하는 형틀로 쓰였다. ③죄인을 형틀(車)에 묶어 놓고 도끼(斤근)로 목을 베는(斬참) 벌을 참수斬首 또는 참형斬刑이라 한다. 거열車裂은 수레에 묶어 사지를 찢는 형벌이다.

 

학문學問이란 배워서 깨닫는 것이고, 깨달음은 행동으로 형상화된다. 행동은 자신의 희생을 전제함으로 매우 어렵다. 국회의원들은 많이 배웠기 때문에 민족끼리 하나 되어야 한다는 깨달음도 클 것이다. 범여권 의원 35명이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를 촉구했지만 미흡하다. 미군철수가 선행되어야 한다. 잘 모르겠다면 심산 선생이 쓴 시를 보자. 깨닫지 못하면 가짜 의원이다.

“외국의 군대가 철수하지 않으면 우리 조선에는 평화 없으리라. 아아, 슬프다. _김일성과 이승만은 같은 겨레요 형제간이로다. _형과 아우가 본시 원수가 아닌데 어이해 콩깍지로 콩을 삶는다더냐. __미국과 소련 너희 군대는 본래 이름이 없었다. 너희들이 만약 일찍 철수한다면 우리 천하에는 환호성 진동하리.”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