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독립유공자 후손이요...자랑스럽게 말할 그날을”

정부 지원 연금·수당…조롱글 안타까워
나라 위해 목숨 바친 분들에 감사 표현
가난한 사람에 주는 것이라 여겨선 안돼
김호동 광복회 안양시지회장

“민족을 배신한 친일파 후손은 좋은 교육을 받고 사회 지도층이 되고, 독립유공자 후손은 조상을 자랑하지도 못한 세월이 벌써 100년이 넘었습니다.”

김호동 광복회 안양시지회장은 25일 인천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독립유공자 후손의 삶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김 회장은 “일반 사람들은 독립운동가 후손이 조상에 대해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그러나 후손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내 할아버지고, 내 조상이지만 집안에서도 무슨 일을 하는지 말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광복 전에는 혹여 아이들이 말실수라도 해 집안이 풍비박산 날 수 있어 쉬쉬했고, 광복 후에도 독립유공자분이 사회주의 관련 활동을 했다면 말하는 것 자체가 금기였다”며 “군사정권이 끝난 9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떳떳이 말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김좌진 장군의 6촌 동생인 시야 김종진 선생의 손자다. 김종진 선생은 3·1 운동 어린 나이에 충남 홍성군에서 시위대의 선봉에 서다 옥중에서 고난을 겪고, 1920년대 북만주로 넘어가 김좌진 장군 부대에서 활동하다 1931년 세상을 떠났다. 김종진 선생은 북만주 지역의 교포들이 삶을 어떻게 하면 윤택하게 할 수 있을까 노력했다.

그는 최근 한 웹툰 작가가 독립유공자 후손이 “대충 산 것 같다”며 조롱한 것에 한숨을 내쉬었다.

김 회장은 “독립유공자 후손 중 일부는 재산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맞다. 그런데 이들에게 정부가 지원하는 연금과 수당 등을 ‘가난한 사람에게 지원하는 것’이라 여겨서는 안 된다”며 “목숨을 바쳐 독립운동은 한 분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존경과 감사의 표현이라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현재의 보훈제도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현재 독립유공자 후손에 대한 연금과 교육비 등의 혜택은 독립유공자가 돌아가신 시점을 기준으로 나뉜다. 독립유공자가 광복 전에 사망한 경우 손자·손녀까지, 광복 후에 사망한 경우 자녀까지만 지원을 받는다.

이마저도 독립유공자 1명당 후손 1명만 지원을 받을 수 있고, 형제나 자매에게 이양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김종진 선생의 후손으로 지원을 받는 것도 김 회장이 마지막이다.

김 회장은 “독립유공자 후손 중 10%만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나머지 90% 후손은 연금과 교육비 등을 받을 수 없다”며 “교육을 받지 못하며 벌어진 격차는 2대와 3대, 4대까지 이어지는 어려움으로 아직 남아있다”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