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에 감탄" 뮤지컬 배우가 본 항일운동가 김향화
"용기에 감탄" 뮤지컬 배우가 본 항일운동가 김향화
  • 박혜림
  • 승인 2021.02.25 19:26
  • 수정 2021.02.25 19:24
  • 2021.02.26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우 송문선 “그 시대분위기에 보여준 용기 감탄 나와”
배우 김나니 “할 말 해야 직성 풀리는 성격 닮았더라”
▲ 창작가무극 '향화' 공연./사진제공=경기아트센터
▲ 창작가무극 '향화' 공연./사진제공=경기아트센터

 

※김향화(1897~?)

김향화 열사는 기생출신으로 3·1운동 당시 수원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독립운동가다. 1919년 3월29일 일제가 강요한 치욕스러운 위생검사를 받기 위해 자혜병원(현 수원화성 봉수당 자리) 향하던 중 수원 권번 기생 30여 명과 함께 독립운동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일제는 김향화를 만세운동 주동자로 체포했고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돼 유관순 열사 등과 함께 심한 옥고를 치뤘다. 같은 해 10월27일, 출옥했으며 수원으로 돌아온 뒤 행적이 묘연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창작가무극 '향화' 공연 리뷰

기미년 3월29일, 수원군 자혜병원(화성행궁 봉수당) 앞. 태극기를 흔들며 33인의 기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일본 경찰과 수비대가 겨눈 총칼 앞에 그 어느 여인 하나 기개를 굴복하는 이는 없었다. 이들의 중심의 선 한 여인. 꽃다운 나이 스물셋에 감금과 고문을 견뎌야 했던 여인. 그 이름 김향화. 잊혀 간 그의 이름이 다시 한 번 수원 장안에 울려 퍼졌다.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경기아트센터 대극장 무대에 오른 창작가무극 '향화'가 망국의 한을 달랬다.

창작가무극 '향화'는 3·1운동의 물결이 한반도를 뜨겁게 달궜던 1919년 3월29일 수원 권번 소속 동료 30여 명을 이끌고 수원경찰서 앞에서 만세를 불러 수원 지역의 대규모 3.1만세 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던 김향화 열사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극은 행적이 묘연해진 김향화를 쫓던 한 기자와 이제는 백발이 성성해진 김향화가 조우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다시 극은 김향화의 어린 시절, 순이였던 때로 돌아가 강제로 혼례를 치르려 하지만 완강히 거부하는 순이의 행동과 대사들을 통해 김향화의 진취적이고 강단 있는 성품을 보여준다. 이후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수원 권번의 기생이 된 순이는 향기로운 꽃이라는 의미가 담긴 '향화'의 이름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평소 강단 있고 진취적인 성품의 김향화는 1919년 고종이 승하하자 기생들을 이끌고 대한문 앞에서 망곡례를 올렸고, 일제의 계속되는 강압에 수원 기생들을 이끌고 독립운동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수원의 대표적인 독립운동가였던 김향화 열사에 대해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런데도 서울예술단의 호소력 짙은 노래와 경기아트센터의 화려한 무대 기술력이 돋보이는 이번 무대는 인물 김향화란 이름 세 글자를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권호성 서울예술단 예술감독은 “차별과 억압의 시대를 살았던 향화를 우리가 사는 이 시대로 소환해 실종되고 굴절된 여인들의 역사를 조명하려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번 공연을 관람한 김성진(강동구)씨는 “잘 모르고 왔는데 김향화란 인물에 관심을 갖게 됐다.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 배우 송문선
▲ 배우 송문선

#창작가무극 '향화'에서 향화역 맡은 배우 송문선

서울예술단 송문선 배우가 본 항일운동가 '김향화'의 삶은 특별했다. 배우 송문선이 바라본 '김향화'는 동경의 대상인 동시에 한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닮고 싶은 인물이기도 했다.

“창작뮤지컬 향화에서 저는 김향화 열사의 어릴 적 이름인 순이의 삶에서 시작해 향화라는 이름을 얻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기까지 전 생애의 모습을 연기했습니다. 독립운동가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귀한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고 오디션을 통해 향화 역을 맡았습니다.”

“극 중 향화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입니다. 저 역시 의사 표현을 명확히 하려 하지만 소심한 부분이 있어 상대방이 어떻게느낄지 걱정하곤 했습니다. 김향화 선생님의 삶을 제가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런 사회 분위기와 상황 속에서 보여준 용기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배우에게 허구의 인물이 아닌 실존하는 인물을 연기한다는 건 많은 고민과 캐릭터에 대한 해석이 요구된다. 특히 역사적인 인물이라면 더욱 그렇다. 송 배우 역시 인물 김향화에 대한 꼼꼼한 분석이 수반됐다.

“역사 인물을 연기하기에 앞서 역사를 바로 볼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서울예술단에서 이런 작품을 만든 것은 의미가 크다고 여겨집니다. 공연을 통해 우리 역사를 다시금 바라볼 수 있거든요. 사실 실존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은 배우에게 부담이 큰일이에요. 표현하는 부분에서도 조심스러운 점이 많죠. 하지만 이런 작품을 통해 좀 더 그 시대를 이해하고 인물에 가까워지려 노력했습니다. 어렵지만 배우는 것이 많고 의미가 큽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좀처럼 관객을 만나기 어려웠던 송 배우는 오랜만에 선 무대가 꽤 반가웠다. 한시라도 빨리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관객들을 무대에서 자주 만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이 시각 빨리 지나가길 바랄 뿐이에요. 우리 삶에도 얼른 봄이 왔으면 좋겠어요. 마스크 없이 실컷 떠들고, 여행도 다니고 무엇보다 마음껏 땀 흘리며 연습하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랍니다. 또 건강이 우선이니 더 건강하고 나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 배우 김나니
▲ 배우 김나니

#창작가무극 '향화'에서 향화역 맡은 배우 김나니

지난 2017년 소리극 서편제에서 한 서린 목청을 토해내던 소리꾼 김나니가 이번엔 태극기를 들고 독립운동가로 변신했다.

서편제에 연기하던 송화의 캐릭터나 창작가무극 향화의 독립운동가 김향화 역이나 그네들의 삶은 소리꾼으로 지내온 김나니의 삶과도 많은 점이 닮아 있었다.

“기생이 되기 위해 수원 권번에 들어가 매진하던 중에 행수 어르신께 당장 그만두고 나가라며 꾸중을 듣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 제가 소리를 공부하면서 선생님께 꾸중 듣던 순간들이 떠오르더군요. 그 장면에서 향화가 '저는 이 길밖에 없습니다. 돌아갈수도 없고 돌아갈 곳도 없습니다'라고 말하는데요. 제가 소리를 공부하면서 늘 생각하던 말이었죠. 그리고 일패 기생이 된 뒤 권번의 동료들에게 만세운동을 격려하면서 '나는 향화라는 이름이 자랑스럽소! 자랑인 이유는 이 이름을 얻기 위해 견딘 시간과 노력이 가상해서요. 그 이름이 나에게 살아가는 이유를 선물했기 때문이오!'라고 외치는데 괜히 제 마음이 뭉클하고 벅차오르더라고요. 자신의 노력을 스스로 자랑스러워 하고 거기서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를 찾아내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김향화와의 인연은 그가 어릴 적부터 이어졌다. 김나니는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김향화를 비롯해 함께 수감돼 있던 유관순 열사를 꼽기도 했다.

“극 중 인물과 비슷하다고 느낀 부분은 저와 향화 모두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는 점이었어요. 제가 어릴 적 가장 좋아하는 위인이 김향화 선생님과 8호 감방에 함께 수감되기도 한 유관순 열사인데요. 가족과 이웃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만세를 불렀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한다면 저 역시 억울하고 분해서 만세를 부르며 맞서 싸우지 않았을까 어릴 적 위인전을 읽으며 생각했거든요, 지금도 그 성격은 변하지 않았네요.”

23년간 묵묵히 판소리 명창의 길을 정진해 온 김나니는 역사적 인물을 연기할 때 판소리가 전하는 영향력이 크다고 설명한다.

“판소리를 공부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게 그때와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었어요. 저는 판소리가 그 시대 민중에게 웃음과 위로를 주는 민중을 위한 노래였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무대에서 소리를 할 때 그런 부분을 관객들께 전달하고자 노력하고요 '향화'와 같은 작품을 통해 우리는 인물과 역사를 공부하고 이해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이 지난 시절의 이야기를 통해 현시대를 살아가는 분들께 어떤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지 어떤 위로를 건넬 수 있을지 더 고민하게 됩니다.”

방송과 무대를 오가며 전방위적인 활동을 해오고 있는 김나니에겐 올해 작은 바람이 있다.

“올해는 부디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예전의 일상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큽니다. 그래야 예전처럼 무대에서 관객분들과 마주하고 호흡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날이 올 때까지 많은 준비를 해둘 테니 부디 몸 건강히 다시 만나기를 기다립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