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7년 만에 새 카페리선(여객+화물, 2만7천 톤급)이 인천~제주 항로에 오는 9월 재취항 예정
송도 해안도로에서 미세 안개 사이로 보이는 인천대교, 갈매기 한 마리, 그리고 원투 낚시꾼.
송도 해안도로에서 미세 안개 사이로 보이는 인천대교, 갈매기 한 마리, 그리고 원투 낚시꾼.

인천항에서 제주항으로 떠나는 여객선을 타본 시민들이 적지 않게 있을 겁니다. 그 배는 오하나마나호 아니면 세월호였지요. 십 여 년 전 여름 휴가 때에 가족과 함께 오하나마나호를 타고 제주도를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인천항에서 저녁때쯤 배에 오르고, 찜질방과 같이 넓게 튼 3등 객실에서 수해 만난 사람들처럼 담요를 깔고, 덮고서 가족끼리, 친구끼리, 동료끼리 따로따로 누워 이야기들을 하다가, 전등이 꺼지고 밤이 깊어 가면 소근거리다가 잠들었지요.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코고는 소리 때문에 잠을 설치고, 미세한 여진처럼 흔들리는 배에서 밤새도록 서해 바다를 부표처럼 떠다니는 꿈을 꾸다가, 오전 대여섯 시쯤에 맞춘 폴더폰의 알람이 울릴 때 해돋이를 보려고, 잠든 아이들을 간신히 깨워 선상으로 나갔고, 구름 사이로 떠오르는 해를 언뜻언뜻 본 곳은 아마도 바닷물이 소용돌이치며 흘러가던 맹골해협 부근 바다였을 겁니다.

그 맹골해협에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했고, 승객 304명(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 2학년 295명 포함)이 사망한 참사가 일어났었습니다. 그 후 인천~제주 항로 여객선 운항이 현재까지 중단되고 있습니다. '세월'이라는 말만 들어도 지금도 가슴이 아픕니다.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진도 팽목항 '기억의 벽'에 새겨진 많은 글귀 중 하나인 '미안해 기억할게'가 전부여서 안타깝습니다.

'세월호' 사건 이후 인천~제주 항로 신규 사업자로 선정된 (주)하이덱스스토리지는 오는 9월 새로 건조한 카페리선을 인도 받아 해당 항로에 취항할 예정이라고 지난 2월 3일 발표했습니다. 새 배는 항로의 경제성 때문에 아마도 맹골해협을 다시 통과하겠지요. 못난 어른들의 잘못으로 세상을 떠난 학생들과 승객들의 한(恨)이 소용돌이 치는 그 해협을 새 여객선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미끄러져 갈 겁니다.

인천~제주 사이 여객선 재취항을 앞 두고, 몇 가지를 바라봅니다. 새 카페리선은 쇠로 만들었겠지만 스티로폼처럼 바다 속으로는 절대 가라앉지 않는 배이길 바랍니다. 어떤 상황 속에서라도 선장과 선원들은 승객의 안전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고, 전문성도 당연히 갖춘 사람들이기를 바랍니다. 만약에 학생들이 단체로 새 배에 탄다면 돈을 많이 내는 사람보다 학생들에게 가장 안전하고 쾌적한 선실을 실비로, 또는 정부 재정 지원으로 우선 배정하기를 바라봅니다. 화물은 컨테이너처럼 규격화된 적재함에 담아 고정된 칸막이 사이에 넣어 선적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부는 여객선 운항과 관련된 제반 사항을 늘 점검, 지도, 감독하고 불비한 사항을 즉시 고치도록 해야 하며, 불법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해야 하겠지요.  새 여객선은 물살도 무서운 맹골해협을 통과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운항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운항 경제성이 떨어지더라도 안전한 항로를 개척해서 새 여객선이 새로운 항로로 다녔으면 합니다. 그리고 새 배가 맹골해협을 멀리 우회할 때마다 삼세번 뱃고동을 길게 울려서라도, '세월호' 망자의 혼을 위로하고, 추념해 주기를 바라봅니다.

/김원경 시민기자 twokal02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