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단체헌혈이 잇따라 취소돼 혈액 수급에 애로를 겪고 있다. 코로나 사태의 부정적 단면 중 하나지만 생명권과 직결된 사안이어서 예사롭지 않다. 대한적십자사 인천혈액원에 따르면 지난해 11~12월 헌혈 의사를 밝힌 135개 단체 중 40개가 헌혈을 취소하거나 무기한 연기했다. 올해 들어서는 24일 현재 11개 단체가 헌혈을 취소•연기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헌혈인원이 1922명 줄었다.

이에 따라 혈액 수급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12월 중순에는 인천혈액원 혈액 보유량이 2.2일분까지 떨어져 혈액 수급위기 4단계('심각' 1일분 미만, '경계' 2일분 미만, '주의' 3일분 미만, '관심' 5일분 미만) 중 '주의' 단계에 이르렀다.

위기감을 느낀 적십자사가 인천시와 함께 헌혈 참가 캠페인을 벌이고, 주로 개인이 헌혈하는 '헌혈의 집' 8곳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지난주 17일(수요일) 기준으로 혈액 보유량이 3.7일분으로 늘어났지만, 24일(수요일)에는 2.4일분으로 다시 떨어져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자 적십자사 인천지사는 헌혈 권장 조례가 없는 서구, 계양구, 동구, 강화군, 옹진군 등 5개 지자체에 헌혈 권장 조례 제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려면 단체헌혈이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평소 단체헌혈을 자주 해 안정적인 혈액 수급에 기여해온 군부대조차 단체헌혈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 헌혈을 취소한 11개 단체 중 7개가 군부대다.

코로나 사태가 호전되지 않아 헌혈을 기피하는 경향은 이해되지만, 헌혈은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데 꼭 필요하고 중요한 행위다. 수혈이 이뤄지지 않으면 위급한 환자에게 수술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다. 헌혈은 단순한 봉사행위가 아니라 인간의 생명권과 직결된 문제인 것이다.

헌혈 버스나 시설은 5인 이상 집합금지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게다가 적십자사는 헌혈하는 사람들의 감염 우려를 고려해 4명이 동시 헌혈할 수 있는 헌혈 버스에서 1~2명만 헌혈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헌혈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코로나 사태가 하루빨리 진정되고, 헌혈을 위해 줄을 서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