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대 미국과 중국은 마치 권투선수가 펀치를 주고받듯이 보복관세를 주고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여 많은 분야에서 트럼프의 정책을 뒤집었지만 대중 강경정책은 변화가 없는 것 같다.

대외정책의 큰 틀을 다자주의를 복원하는 쪽으로 전환하였으니 통상정책에서도 세계무역기구(WTO)의 활성화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재구축이 모색될 것이다. 다만 다자관계는 더 복잡하기에 미국이 정교한 다자통상정책을 정립하는 데 다소간 시간이 걸릴 뿐이다.

미국이 중국을 위협으로 여기는 것은 이제 정권교체와 무관한 상수가 되었다. 안보전략상 중요성이 높은 분야에 있는 화웨이, ZTE 등 중국기업에 대한 견제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계속될 것이다. 중국도 이와 같은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쉽게 고립되지는 않을 것이다.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강화한데서 나아가 이제는 이를 유럽과 아프리카까지 연결하려고 하고 있다. 작년 말 서명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올해 안에 발효하면 동아시아에서 회원국 간의 경제적 연결망이 견고해지니만큼 미국이 이를 쉽게 분리하지 못할 것이다.

경험이나 실리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바이든이 대중 대치모드만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다. 세계와 함께할 때 미국이 더욱 강해진다고 믿는 그는 조만간 중국도 협력이 필요한 상대임을 인정할 것이다. 세계경제적 측면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TPP카드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TPP 가입을 적극 고려하겠다고 선수를 쳤으며, 문재인 대통령도 12월 이에 맞장구치며 가입 검토를 선언하였다. 바이든은 오히려 참여를 고려하겠지만 당장 추진하지는 않을 뜻을 과거에 내비친 적이 있다.

지난 4년간 자유무역협정 체결의 지형만 놓고 본다면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후퇴한 반면에 중국은 RCEP을 구축하고 이제 TPP 가입의사를 표명함으로써 서태평양을 넘어 동태평양으로 진출하려는 의지를 보인 격이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공세를 두 손 놓고 바라볼 수 없다. 미국의 대응 시나리오를 예상하자면, 첫째 기존 TPP 회원에 압력을 행사해 중국의 가입협상을 개시조차 어렵게 하는 것이다. 미국이 TPP에 참여하지 않고도 일본, 호주 등을 움직여 중국의 가입을 방해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둘째 가입협상은 받아주되 중국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높은 수준의 시장개방과 환경·노동조건, 보조금, 공기업 관련 체제개혁을 요구하거나 대만 가입을 조건으로 하여 중국 스스로 포기토록 하는 것이다. 이 안은 미국 자신이 TPP에 참여를 선언하여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위 어느 시나리오건 미중의 협상이 결렬되는 경우 세계경제가 친중경제권과 친미경제권으로 나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는 코로나19 이후 세계경제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미국이 적극적 제안을 했을 때 중국이 미국의 예상을 뛰어넘어 이를 상당부분 수용해 협상을 타결하는 것이다. 중국은 홍콩보안법 이후 악화된 대외이미지를 개선하며, 미국으로부터 통상봉쇄를 당하느니 이와 같은 방법으로 예봉을 피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바이든도 통상정책에 있어서 트럼프와 차별성을 드러낼 필요가 있으며, WTO에서 협상 추진 여건이 조성되기 않은 상황에서 그나마 TPP가 성공 가능성이 높은 선택지다. 단순히 지금의 TPP에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양과 질에서 업그레이드된 TPP로 재편하는 것이 그의 'Build Back Better'라는 구호에도 어울릴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을 포함한 다수 국가의 TPP 동시가입이 협상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TPP에 가입하는 경우 일본과의 상호개방 폭이 넓어지고 멕시코와도 자유무역을 시작하는 도전과 기회의 창이 동시에 열린다.

대일 무역역조를 감안한다면 서두르기보다는 RCEP 효과를 보아가며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 좋을 것이다. G2의 수반인 바이든과 시진핑이 글로벌한 차원에서 창의적이고 통큰 리더십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정찬모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