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역사 훑어만 봐도 세계사가 보인다
▲ 국제성서박물관의 1관에서는 필사에서 인쇄로 발전을 이룰 때 성경의 역할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사진은 3실 종교개혁 주제 전시 모습.

전 세계의 성경과 성경 관련 역사 자료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이 인천에 있다.

국제성서박물관은 1995년 4월30일 인천 주안감리교회에서 개관했다. 중세시대 양피지 성경부터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인쇄기와 종교개혁과 관련된 다양한 성경, 킹 제임스 역(易) 초판 성경, 한국어 번역 초기 성경 등 약 5000점의 기독교 관련 유물이 소장돼 있다.

이 박물관은 주안감리교회 담임 목사였던 (故)한경수 감독이 평생 수집한 유물과 미국 성경수집가 웨이크필드 박사가 기증한 성경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2009년 기독교대한감리회 중부연회로부터 감리교 기관으로 정식 인준을 받았고 2010년엔 인천시 박물관으로 등록, 현재 한국박물관협회의 회원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안감리교회는 교회 95주년과 국제성서박물관 25주년을 맞아 박물관을 최근 새롭게 단장했다.

1관 1실 필사본
1관 1실 필사본

▲1관 '성경 세계를 움직이다'

성경은 세계 역사와 문화의 발전 가운데 인류와 복잡하게 얽혀있다. 인류의 예술, 문학, 철학, 정치에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면서 세계적으로 중요한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1관은 필사에서 인쇄로 바뀌는 세계 역사에서 성경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전시돼 있다. 양피지를 만들어 내용을 손으로 직접 쓰고 그리는 성경 제작 과정 영상과 함께 13세기 양피지에 기록된 성경과 15세기 양피지에 기록된 찬송가를 볼 수 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기와 관련된 인쇄물과 마르틴 루터를 비롯한 종교개혁가들과 그들이 남긴 성경, 전 세계에 200권밖에 남아 있지 않은 1611년 기록된 킹제임스 성경 초판 등 귀중한 자료들이 가득하다.

2관 개요 땅끝까지 도달하다
2관 개요 땅끝까지 도달하다

▲2관 '땅끝까지 도달하다'

성경은 기독교 선교의 경로를 따라 세계 곳곳에 전파됐다. 그리고 3384개 언어로 번역됐다고 전해진다. 국제성서박물관은 현재 50여개 언어의 성경을 소장하고 있으며 2관에는 36개 언어의 성경을 전시했다.

이곳에서 디지털 체험으로 17가지 다른 나라 언어로 시편 23편을 듣고 볼 수 있다.

3관 개요 한국 근대사를 열다.
3관 개요 한국 근대사를 열다.

▲3관 '한국 근대사를 열다'

한국의 근대사에서 기독교와 성경의 역할은 상당히 컸다. 한국어 성경이 전파되면서 한글은 물론 교육과 문화, 의료와 기술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할 수 있었다. 3관에서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한국 성경의 번역 역사와 성경 연구, 한국 교회 신도들의 신앙생활 흔적을 만나 볼 수 있다. 아펜젤러를 비롯한 5인의 성경전임번역자회와 1900년대 초 조선시대 말기 문화에 맞도록 개조된 'ㄱ'자 모양의 교회 모형을 통해 그 시대 모습을 상상하도록 꾸며져 있다.

4관 2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
4관 2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

▲4관 '성경마을'

성경의 배경이 되는 이스라엘과 중동 지역은 우리와는 다른 기후와 지형을 가지고 있었고 문화와 관습도 다르다.

성경 마을은 이 지역의 문화와 관련된 유물을 관람하면서 동시에 언어, 농경, 종교 등의 문화를 체험하고 성경 속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기 위한 공간이다.

성경의 문자 쓰기, 포도 밟기, 연자 맷돌 돌리기, 갈릴리 호수 물고기 잡기, 골리앗 쓰러뜨리기, 제사장 의복 갈아입기 등 다양한 디지털 체험이 준비돼 있다.

4관 4실 성전은 어떻게 지어졌을까요.
4관 4실 성전은 어떻게 지어졌을까요.

▲기획전시실

기획전시실은 벽체와 진열장이 움직이도록 구성해 매번 다른 특별전시를 꾸밀 수 있다. 한쪽 벽면은 백색으로 만들어 디지털 체험 행사를 하거나 프로젝터로 영상이나 화면을 상영해 강의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단장 후 재개관을 기념하며 현재 '여호와의 절기들이니라'는 기획전을 열고 있다. 9월까지 진행되는 이번 기획전은 안식일을 비롯해 유월절, 무교절, 초실절, 칠칠절, 나팔절, 대속죄일, 초막절, 성경의 7가지의 절기와 유대인의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 수전절과 부림절의 유래와 관습을 만나 볼 수 있다.

박물관 건물 전경.
박물관 건물 전경.

▲수장고

국제성서박물관은 주요 소장품인 13~20세기 세계 각국의 다양한 언어의 성경, 한국어 성경과 그 밖에 성경 관련 유물 등을 안전하게 보관하며 보존할 수 있도록 약 55㎡ 면적의 수장고를 운영하고 있다.

약 5000여 점의 소장품 중 상설 전시와 자료 열람을 위해 전시 중인 소장품을 제외한 대부분을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다. 유물 중 대다수가 지류(紙類)이기 때문에 온도와 습도에 많은 영향을 받는 점을 고려해 일정한 온습도로 유지하고 항온항습기를 가동한다.

▲관람안내

국제성서박물관은 매주 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다. 관람료는 성인 4000원, 학생·65세 이상은 3000원 미취학 아동과 장애인은 무료다. 20인 이상 단체는 20% 할인된다. 박물관은 전시 해설을 들을 수 있는 유료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했다. 당일 관람권으로 박물관 1층 베이커리 카페 '다리'에서 음료에 한해 10% 할인받을 수 있다. 이 밖에 박물관 관련 기념품도 판매하고 있다.

 


 

#임미영 국제성서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종교 떠나 즐기는 공간 만들어”

▲ 임미영 국제성서박물관 학예연구실장
▲ 임미영 국제성서박물관 학예연구실장

국제성서박물관은 고고학 박사이자 이스라엘 공립박물관에서 일한 임미영(사진) 목사가 기획해 완성됐다.

주요 체험학습 소재인 석재 모형과 제사장 의복 등이 그가 고증하고 박물관에서 자체 제작한 것들이다. 기념품 역시 국제성서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들을 디자인한 것으로 국제성서박물관이 면허권을 갖고 있다.

“전 세계에서 독보적인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제가 공부한 고고학과 신학을 바탕으로 꼼꼼한 기획을 거친 것이지요.”

그는 한국 역사뿐 아니라 전 세계 기독교 역사상 박물관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3세기 유럽에서 시작해 한국의 근대사까지 꼭 기독교나 종교와 관련이 있다기보다 세계사와 함께 한 성경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박물관이 종교를 떠나 누구나 즐기고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하는데 치중했다.

“따뜻한 빛이 스며드는 공간에서 찬송가를 들으며 '멍 때리기'를 할 수 있는 공간도 있고 아이들이 마음껏 뛰며 노는 곳도 있습니다. '천지는 없어지겠으나 내 말은 없어지지 아니하리라(막 13:31)'는 말씀처럼 세상은 변하고 역사는 바뀌지만, 세계 역사와 문화의 발전 가운데 사회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원동력으로서 성경은 과거 인류와 항상 함께했으며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함께할 것입니다. 국제성서박물관은 성경이 살아있음을 함께 나누는 중요한 기관이 될 것입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사진제공=국제성서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