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진마을 '서민의 발' 뿌듯한 경험
출퇴근시간 늘 서행·1~2분 대기
짐 많은 늦은밤 집 가까이 하차도
틈틈이 여성안심 귀가·방범 활동

“좋아하는 운전을 하면서 일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고정인(58·사진) 고양 누리버스 운전원은 “운전이 너무 재밌어서 항상 운전기사로 일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다시 기회를 얻어서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누리버스는 고양시로부터 위탁받아 고양도시관리공사에서 운영, 지역 내 교통 취약지역 곳곳을 운행하는 버스다. 고정인씨는 지난해 1월부터 공사에 소속돼 누리버스 운전원으로 일하고 있다.

1995년 학습지 방문교사로 일했을 때부터 운전을 좋아했던 그는 2014년부터 서울과 경기도 부천에서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3년간 일한 게 계기가 됐다.

장시간 운전을 하면 힘들기도 했지만, 운전하면서 혼자만의 시간도 가질 수 있고 무엇보다 운전이 재밌다는 게 적성에 맞았다.

그는 “시내버스 기사로 일할 때는 새벽 3시에 출근해서 다음 날 새벽 2시에 퇴근하는 등 정말 힘들었는데, 운전은 참 재밌었다”며 “퇴근 후에는 일과 분리돼 오롯이 쉴 수 있다는 것도 이 직업의 장점이다”고 설명했다.

고 운전원은 지난 1년여간 누리버스 기사를 하면서 시내버스와 다르게 뿌듯한 경험이 많다고 했다.

누리버스는 마을버스나 시내버스가 운행하지 않는 외진 마을 곳곳을 누비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교통 불편에 도움을 줄 수 있어서다.

그는 “누리버스는 항상 같은 시간에 매일 타는 손님이 많다”며 “출·퇴근 시간에는 누리버스를 놓치면 택시도 잡기 힘들어서 늘 타는 손님이 없으면 서행하거나 1~2분 정도는 기다린다. 그런 마음을 알고 손님들이 '감사하다'고 말할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또 늦은 밤 귀가하는 손님이나 짐을 많이 들고 타는 어르신들의 경우 정류장과 집까지 거리가 멀면 정류장보다 조금 더 가서 내려주기도 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누리버스 운전원을 하면서 오전 근무가 있는 날이면 틈틈이 시간을 내 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 고양시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시내버스 운전기사를 그만두고 2018년에 고양시 덕양구청에서 행정보조 사무 일을 했는데, 50세가 넘은 나이에도 일할 기회를 준 고양시에 감사한 마음이 들어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운전은 잘할 자신도 있고, 딸이 있는 부모로서 늦게 귀가하는 여성들을 안전하게 집까지 데려다줄 수 있어 하게 됐다”며 “고등학생들이 탈 때는 부모들이 고맙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보람을 많이 느낀다”고 했다.

이 밖에 고 운전원은 안심귀가서비스를 함께하는 대원 5~8명과 함께 지역 내 소규모 공원과 으슥한 골목을 돌아다니며 방범 활동도 하고 있다. 길거리에서 술에 취한 사람이 있으면 지역 파출소에 지원요청을 하기도 하고, 어린 학생들의 귀가도 돕는 것이다.

그는 “사는데 바빠서 봉사라는 건 특별한 사람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항상 뿌듯하다”며 “사회복지 상담을 통한 봉사를 하고 싶어서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사회복지 공부도 했다”고 했다.

고정인 운전원은 “누리버스 기사로 일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하고 싶다”며 “매일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일하겠다”고 말했다.

/고양=김재영·김도희 기자 kd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