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코로나 백신 '1호 접종' 문제를 놓고 희한한 공방이 오가고 있다. 코로나 사태 초기에 직장_단체 등에서 '1호 감염'에 대한 공포가 공공연히 나돌던 것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민주당 신동근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이 백신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기 위해 대통령 1호 접종까지 주장하고 있다”면서 “공포를 증폭시키고 반과학을 유포하는 것은 반사회적 책동”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는) 코로나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 해소를 위해 문 대통령이 '1호 접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한 반박이다.

또 양향자 최고위원은 “만일 대통령이 먼저 백신을 맞는다면 '백신 특혜'라고 할 것 아니겠나”라며 “(백신 관련) 정쟁을 펼치는 것은 이적행위와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속된 말로 '영양가 없는' 논쟁은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대통령 1호 접종 주장은) 초딩 얼라보다 못한 헛소리다. 국가원수가 실험 대상인가”라고 말하면서 불이 붙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정 의원을 향해 “그렇다면 먼저 접종받는 국민들이 실험 대상이란 말인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는 국민은 조선시대 기미상궁이라도 되는가”라고 몰아붙였다. 오신환 의원은 “누가 대통령을 상대로 마루타(생체) 실험이라도 하자고 했나”라며 “힘든 일에 앞장서는 것이 지도자”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 김웅 의원은 “살다가 국민을 백신 기미상궁으로 쓰자는 말은 처음 듣는다”며 “이제 국민의 4대 의무 외에 대통령을 위해 백신 마루타가 돼야 할 의무도 포함될 것 같다”고 비꼬았다. 기미상궁이라는 말이 다시 등장했다.

기미상궁은 왕이 수라를 들기 전에 독(毒)이 들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먼저 음식을 먹어보는 상궁이다. 백신 논란에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정치의 수준을 보여준다. 오가는 말이 한심하다고 생각했는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한마디 했다. “현재 예방접종을 진행하는 백신은 임상실험을 거쳐 안전성과 효과성이 확인된 것으로, 백신을 맞는 국민은 누가 되든 실험 대상이 아니다.” 그래도 논쟁이 수그러들지 않자 청와대는 “(대통령 1호 접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코로나 백신 접종은 관련 규정에 의해 이미 순서가 정해져 있다. 그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하면 된다. 일각에서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제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적으로 몰고 갈 사안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들은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먹고사는 일에 지쳐가고 있다. 정치인들의 해괴하고 백해무익한 설전을 지켜볼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김학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