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 화생방, 위험에 노출된 우리 일상
[환경칼럼] 화생방, 위험에 노출된 우리 일상
  • 권전오
  • 승인 2021.02.22 16:29
  • 수정 2021.02.22 16:07
  • 2021.02.23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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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운석이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떨어졌다. 그냥 얌전히 떨어진 것이 아니라 운석과 지구의 충돌이라고 말해야 할 만큼 큰 충격을 주었다. 운석 충돌로 인해 지상은 불바다가 되었고 하늘은 먼지와 가스로 가득차 생명이 살 수 없는 땅, 지구별이 되었다. 지구에 사는 생명체들의 절대강자인 공룡과 수많은 생명체들은 멸종하였다. 그때 불행 중 다행으로 쥐크기 만큼 작은 포유류의 조상이 살아남았다. 이후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이 땅의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이 되었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얼마전 신문지상에서 읽었다. 절대강자 공룡이 운석 충돌에 의한 환경변화로 멸종했다니 쉬이 믿어지지 않는 가설인 듯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 생각, 저 생각, 많은 상념에 빠져 본다. 그러다 문득 화생방이라는 단어가 떠 올랐다. 화학전, 생물학전, 방사선(핵) 전쟁에 대비하는 교육과 훈련을 군대에서 배운 것이 떠올랐다. 이 중 바이러스는 생물전이 아닐까? 생물학 무기가 없길 바라지만 진짜 있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하는 생각에 미쳤다.

어쩌면 인류는 이미 화생방전 상황에 노출된 것이 아닌가 싶다. 먼저 화학전을 보자. 군대에서 가스실 체험을 했었다. 방독면를 쓰고 가스실에 들어가서는 방독면을 벗고 가스를 직접 흡입했다. 정말 무서운 체험이었다. 눈, 코, 입으로, 그리고 피부를 통해 들어오는 화학가스에 눈물, 콧물, 침까지 흘린 기억이 새롭다. 가슴 터질 듯한 가스실을 나왔을 때의 해방감은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운 복잡한 심경이었다.

국내에서 코로나19가 피크(1차 유행)를 지나면서 하늘은 예전과 달리 지극히 청명해졌다. 봄이면 미세먼지와 황사로 답답하기 그지없었는데 저렇게 청명한 봄 하늘을 본 기억이 있었을까 싶다. 그러고 보니 우리의 일상은 이미 미세먼지와 황사로 가득한 화학전쟁 중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다음은 생물학전이다. 우한 바이러스에서 코로나19로 이름이 확정되는 초기 단계는 강 건너 불을 보듯 했었다. 그런데 국내에서 환자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사람과 사람 간 전파가 확대되었다. 내 주변을 지나는 어떤 이가 내게 바이러스를 전파할지 알 수 없다는 공포가 엄습해왔다. 그러던 중 대구에서 하루에 수백명의 확진자가 속출할 때는 멘탈붕괴 상황에 빠졌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무섭고 두렵기 그지없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 앞에 긴 줄을 서는 모습, 집단 발병한 종교단체의 소극적인 태도에 불안감은 증폭되었다.

다음은 방사선(핵) 전쟁이다. 수년 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그 이전에 발생한 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떠오른다. 그후 우리나라에서는 추가적인 원전 건설에 대한 찬반으로 국론이 극심하게 분열되는 상황을 목도해야만 했다. 그리고 원전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고, 그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문제 제기에 시민들은 더 불안했다. 여기에 중국 동쪽 해안에 계속해서 건설되고 있는 원전은 우리의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종합해보면 현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는 화학전, 생물학전, 방사선(핵)전 위험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듯하다. 이 와중에 미국과 중국은 패권경쟁 중이고 세계 각국에는 자국 우선주의가 팽배하고 있다. 한때 지상의 최고 가치로 여겨졌던 지구촌의 평화와 협력의 시대는 이미 과거가 되어 버린 듯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일상화되고 대규모 전염병이 빈발하며 핵관련 시설에서 재앙이 발생하게 된다면 어찌될까? 먼 옛날 공룡시대에 운석 충돌에도 살아남았던 쥐 크기의 포유류도 살아남지 못한다. 대재앙 이후 생명체는 세포 수준에서부터 진화를 새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이 역시도 지구가 태양 주변을 오늘처럼 돌아가고 지구의 자전축에 이상이 없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권전오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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