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금 반토막 나자 이때다 싶고
언택트로 무인점포 인건비 걱정 뚝
작년 3분기 창업건수 예년 수준 회복
인천 높은 폐업률 등 감안하면 '우려'
# 사례 1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5000만원 하던 인천 계양구 한 상가 권리금이 지난 가을쯤 접어드니 1000만원으로 내려갔다. 유현주(61·가명)씨는 이때다 싶었다. 상가 근처에 수년 동안 살면서 동네 상권에 빠삭한 그가 봤을 때, 여기에는 젊은 친구들이나 가족 손님들이 좋아하는 멀끔한 경양식집 하나 차리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도 '중박'까지는 충분히 가능할 거 같았다. 거기에 더해 “여기 상가 권리금 1000만원이면 거저다. 코로나19만 끝나면 혹여 자리 뺄 때도 권리금을 최소 2~3배는 더 받을 수 있다. 전 가게에서 주방 도구도 필요하면 다 놓고 간다더라”던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말은 창업을 결심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50대 막바지까지 다니던 제조업체에서 퇴사하고 손에 쥔 퇴직금과 은행 대출을 합쳐 지난 12월 한 돈가스 프렌차이즈와 가맹계약을 맺었다. 현주씨는 “보통 1억원 정도 있어야 돈가스 체인 낼 수 있는데 권리금이나 주방 도구 등 가격을 줄이면서 창업 비용이 5000만원으로 줄었다. 코로나19 종식되고 권리금 기존 수준으로 오르면 초기 자본은 건질 수 있다고 본다. 정말 열심히 해 볼 생각이다”고 밝혔다.
# 사례 2
박인섭(55)씨는 얼마 전부터 인천 남동구에서 아이스크림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인섭씨는 “애초 편의점을 낼 생각으로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시국이 나를 아이스크림전문점으로 인도했다”고 설명한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이른바 언택트(Untact) 경제가 활성화하면서 무인(無人)으로 24시간 운영하는 형태의 점포가 인기를 끄는 상황에서 아이스크림전문점은 골목 내 포화상태인 편의점보다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아이스크림전문점이 자칫 세계과자전문점이나 스몰비어처럼 한때 유행으로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전하자, 그는 “일단 인건비 걱정이 크지 않은 데다 아이스크림은 유통기한도 없고 마진율이 높다. 나쁘지 않은 아이템이라고 본다”고 확신했다.
코로나19 확산과 이에 따른 강도 높은 방역지침 시행 속에서 인천 골목 경제가 휘청이는 와중에도 성공 창업을 목표로 전 재산을 건 도전들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2분기 바닥을 쳤던 인천지역 '숙박 및 음식점업' 창업 건수가 3분기 접어들면서 예년 수준으로 돌아왔고 특히 '도매 및 소매업' 관련 창업은 팬데믹을 상승 기류 삼아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매달 치솟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시대 변화가 이유가 아닌 코로나19라는 돌발 변수로 창업 지형이 바뀌고 있어도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접근 방식의 창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지역 경제단체 관계자는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최근 5년간 지역별 개인사업자 폐업률'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인천 개인사업자 폐업률이 12.2%로 나타나 수도권에서 가장 높았다. 이처럼 가뜩이나 소상공인 폐업이 많은 인천에서 코로나19로 초토화된 상권에 별다른 고민 없이 공격적인 창업이 이뤄지면 올해 또다시 지역 경제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3면에 계속
/이주영·김원진·이창욱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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