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동안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적 없는 '청정농가'로 방역당국의 살처분 명령을 거부해온 화성시 산안마을에서 결국 살처분이 이뤄졌다. <인천일보 2월19일자 6면>
농가와 시민사회단체는 당국의 조치에 어쩔 수 없이 응했지만, 감염병 발생구역으로부터 획일적으로 선을 그어 살처분하는 방식에 대해 계속 싸우겠다는 입장이다.
21일 경기도에 따르면 19일 오전 화성 향남읍에 있는 산안마을 농가에 화성시 공무원, 용역 업체 등 직원 40여명이 투입된 가운데 닭 살처분이 집행됐다.
이 마을은 지난해 12월23일 3㎞쯤 떨어진 다른 마을 농장에서 AI가 발생, 지자체로부터 주민 25명이 키우는 닭 3만7000마리 모두 살처분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대부분 산란계 농가가 '공장식 운영'을 하는 것과 달리 산안마을은 1㎡당 4마리 이하, 햇볕이 잘 들어오고 바람이 잘 통하는 설계, 친환경 농법 등을 쓰고 있다. 이에 1984년 이후 AI가 발생하지 않았다.
문제는 2018년 12월 감염병 발생 농가 반경 3㎞ 내 가금류를 강제 살처분하는 신규 규정이 생기면서 농가 자체의 감염 위험성과 상관없이 닭을 폐기해야 하는 위기에 놓였다.
주민과 시민단체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고,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찾아가 강제 규정의 불합리성을 따졌다. 도에 제기한 '행정명령 집행정지'도 받아들여져 3개월 간 살처분이 중단됐다.
그 사이 산안마을 농가는 최대 잠복기(14일)가 4번이나 지났고, 단 한 번의 AI 양성 판정이 없었다. 이미 감염 위험은 없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하지만 농림부는 살처분 대상을 '3㎞ 이내 가금류'에서 '1㎞ 이내 같은 축종 가금류'로 일시 완화하면서, 산안마을 농가에는 소급 적용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동물의 억울한 죽음도 문제지만, 농가 측이 지난해 12월부터 주 수입원인 120만개의 달걀도 반출하지 못하는 등 재산상 피해도 쌓여가는 실정이었다.
이날 살처분 현장을 지켰던 주민과 시민단체는 “농가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 처분에 응한다”면서 “상호 연대해서 철저한 역학조사 하에 살처분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예방적 살처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달라'는 내용의 청원도 이날 오후 3시20분 현재 8540명이 동의했다.
/이상필·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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