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 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 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내일이 있다는 걸 증명하려고 내일까지 꼼짝 않고 앉아 있던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내일을 만나지 못한 채 바스락거리는 지금 이 순간만이 곁에 있음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토록 기다리는 내일은 어디 있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해, 지금이 내일이다. 모든 아름다운 것은 지금 이 순간 꽃이 되어 피어난다. 시간이 흐른 뒤엔 그 모든 것이 다 시들고 잔치 끝난 뒤끝처럼 쓸쓸해진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류시화 시에서 말한 '지금 알고 있던 것을 그때 알았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추억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이미지화는 자기위안일 뿐 실제적인 행복을 제공해주지 않는다.

인생 최고의 시간은 지금 느끼는 이 순간이다. 한 생을 사는 시간 노정에서 늦음이란 본질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이 순간만 있을 뿐, 어제도 내일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때 좀 '더 열심히 말을 걸고', 그때 좀 '더 열심히 사랑'했더라면 하는 마음들은, 모두 지금 실행하지 못하는 용약한 자괴감에 다름 아니다.

살아있는 존재에게는 누구나 지금이라는 기회가 있다. 지금이 행복해지는 길을 찾기 위해, 후회하는 그 순간이 가장 빠른 시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은 지금 이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 지금 말해보자. 사랑한다고. 세상의 그 어떤 사랑도 죽음을 맞지 않는다. 다만 몸과 정신이 죽어갈 뿐.

권영준

/권영준 시인·인천삼산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