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군·구마다 둘레길을 나름대로 새롭게 조성하는 사업에 열을 올린다. 시민들에게 자연친화적이면서도 걷기 편한 길을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선 인천의 허파 구실을 하는 계양산·천마산·원적산·함봉산·만월산·문학산·청량산 등이 그 중심에 서 있다. 아울러 근현대 문화유산 등을 기리는 길도 시민들의 발길을 부른다. 지역의 유래·역사·문화 등을 설명하는 해설판을 길 곳곳에 설치해 흥미를 더하기도 한다.

사실 인천 둘레길은 전국 둘레길 조성 열풍과 궤를 같이 한다. 인천의제21실천협의회가 인천의 S자 축을 따라 발견한 길이다. 서구 가현산에서부터 연수구 청량산까지 인천의 중심부를 흐른다. 무분별한 도시개발로 단절과 훼손이 가속화하자, 2010년부터 둘레길 조성에 나섰다. 녹지축을 끊어 바람길과 지하수맥이 막히면, 생태계 파괴를 가져올 게 뻔하다는 이유가 한몫을 했다.

인천 둘레길은 총 16개 코스, 길이 114.6㎞에 이른다. 코스별로 다양한 모습을 자랑한다. 1~9코스는 가현산에서 청량산까지 인천의 중심을 S자형으로 이어주는 녹지대이다. 산·하천·습지가 포함된 길은 시민들에겐 휴식의 공간이고 동식물에겐 생존의 터전이다. 10~14코스는 중구와 동구의 원도심 지역, 개항부터 신문물 도입, 외세 침탈, 전쟁, 그리고 산업화에 이르기까지 인천의 근현대 도시 발달 모습을 그대로 담았다. 역사를 더듬어 보면서 미래를 생각하게 한다. 15~16코스는 강화도와 장봉도를 걷는다. 각종 문화유산과 신화를 품은 강화도, 해식애와 갯티길을 갖고 있는 장봉도에서 섬의 매력에 푹 빠진다.

강화군은 둘레길과 더불어 '스토리워크'를 조성해 한국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렸다. 강화군의 숨은 역사와 문화를 걸으며 느끼는 도보 여행길이다. 강화의 역사·산업·종교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대한민국 근대사와도 연결돼 더욱 큰 의미를 갖게 한다. 서구도 둘레길을 '서로이음길'로 완성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올해 13억원을 투입해 남은 5개 코스(38㎞)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러면 주민들에게 건강한 휴식을 선사할 11개 코스에 달하는 둘레길 조성이 끝난다. 이 길은 한남정맥과 연결되는 서구 생활권 산림지역을 대상으로 추진됐다. 올해 벌이는 코스별 주요 노선은 호봉산 (1코스· 4.5㎞), 원적산(2코스·7.5㎞), 천마산(3코스·8㎞), 세어도(10코스·6㎞), 청라노을길(11코스·12㎞) 등이다.

인천은 한동안 아파트와 공장지대 등으로 무척 삭막하다고 인식돼 왔다. 그런데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처럼 시민들의 삶을 산뜻하게 어루만지는 곳이 많다. 주민들이 아주 오래 전부터 걸었던 길은 숱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기자기한 자연의 품에서 역사를 읽고 그 의미를 살펴보도록 하는 등 정말 괜찮은 길이 널렸다. 편견을 갖고 보면 별거 아니라고 여기기 쉽지만, 속내를 깊이 알면 전혀 딴 세상을 만나게 된다. 그 길엔 역사의 흔적이 살아 숨을 쉬며, 시원한 바닷바람이 분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