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산안마을 사례 들어
“동물·생산물 살리는 정책을”
지난 8일, 경기 화성지역 25개 시민사회단체 모임인 '산안마을 살처분 반대 화성시민대책위원회'가 화성시의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강압적인 살처분 시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지난 8일, 경기 화성지역 25개 시민사회단체 모임인 '산안마을 살처분 반대 화성시민대책위원회'가 화성시의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강압적인 살처분 시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방역당국의 묻지마 살처분에 맞선 도내 '감염병 청정농가'인 화성시 산안마을을 구명하자는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산안마을을 계기로 정부의 획일적인 예방적 살처분 방침을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화성시 향남읍에 있는 이 마을은 정부의 친환경 농가로 선정될 만큼 37년간 단 한 번도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획일적인 예방적 살처분 방침에 따라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 1월25일 산안마을이 청구한 '살처분 명령 취소 행정심판'에 대해 '살처분 명령 집행정지' 신청은 기각하고, '살처분 강제집행 계고 처분 집행정지' 신청 건은 인용 결정했다.

살처분 명령에 대한 효력은 유지하지만, 본안 사건인 살처분 명령 취소 행정심판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해당 지자체인 화성시의 강제적인 살처분 집행절차는 일시 중단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예방적 살처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에는 “AI 발생 농가 3㎞ 내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건강한 동물들이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며 “달걀 등 이동제한도 엄격해 손실이 크다. 이로 인해 중소 농장은 도산하거나 대기업 계열사로 전락하는 처지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마다 반복되는 살처분에도 잇따르는 가축 감염병을 막기 위해 과학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동물을 살리고, 생산물을 살리는 정책으로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 청원은 개시된 지 이틀 만에 7400명 넘는 동의가 이뤄졌다.

청원 주장 배경에는 산안마을 사례가 있다.

이 마을은 지난해 12월23일 3㎞쯤 떨어진 다른 마을 농장에서 AI가 발생하면서 화성시의 살처분 명령이 내려졌다.

주민 25명이 키우는 닭 3만7000마리 모두 살처분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정부의 친환경 양계농가에 선정될 만큼 철저한 관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무차별적인 살처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후 도에 행정명령 집행정지 신청을 했고, 1월25일 받아들여지면서 3개월간 살처분이 중단됐다.

하지만 3만7000마리 모두 예방적 살처분 대상이라는 행정명령이 유효하면서 주 수입원인 달걀 반출까지 불가능한 상태다. 이 마을에는 지난해 12월부터 반출하지 못한 달걀 120만개가 쌓여있다.

현재 산안마을은 두 달간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도, 방역을 위한 조치 이어가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산안마을 관계자는 “사룟값과 소독비가 매일 나가고 있어 더는 버티기 어렵다”며 “그동안 정부의 방역 수칙 방법으로 농가를 관리해왔다. 더는 산안마을과 같은 피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도와 각 지자체는 정부의 AI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발생지점 반경 3㎞내 생산물을 전부 살처분해왔다. 축산업 형태를 비롯해 지형적 여건, 역학적 특성 등 위험도에 따라 제외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있지만, 적용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상필·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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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못 버텨”…화성 산안마을 결국 살처분 수용 37년 동안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적 없는 '청정농가'로 방역당국의 살처분 명령을 거부해온 화성시 산안마을에서 결국 살처분이 이뤄졌다. <인천일보 2월19일자 6면>농가와 시민사회단체는 당국의 조치에 어쩔 수 없이 응했지만, 감염병 발생구역으로부터 획일적으로 선을 그어 살처분하는 방식에 대해 계속 싸우겠다는 입장이다.21일 경기도에 따르면 19일 오전 화성 향남읍에 있는 산안마을 농가에 화성시 공무원, 용역 업체 등 직원 40여명이 투입된 가운데 닭 살처분이 집행됐다.이 마을은 지난해 12월23일 3㎞쯤 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