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항구도시다. 세계 최고의 인천국제공항과 매년 물동량을 경신하고 있는 항만, 그리고 압도적인 인구를 배후로 두고 있는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보물도시'다. '인천이 곧 대한민국의 경쟁력'이란 표현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자리잡은 극지연구소가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에 포함돼 인천의 경쟁력에 초비상이 걸렸다. 부산으로의 이전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에 이를 바라보는 인천시민들의 걱정이 크다. 극지연구소는 지난 2005년 수도권 정비위원회의 심사를 거치고 공공기술연구회의 승인을 받아 이듬해 6월 공항과 항만이 있어 지리적 이점이 뛰어난 인천 송도에 유치됐다.

극지연구소는 당시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조성되고 있던 국제학술연구단지와 u-IT 클러스터, 그리고 바이오단지 등 극지연구소의 주요 연구분야에서 그 시너지를 배가시킬 수 있는 전략을 갖고 송도에 둥지를 틀었다. 쇄빙선 건조나 남극기지 건설사업도 모두 인천테크노파크의 인프라를 활용한 산학연 공동연구의 산물이다.

이렇게 국가경쟁력을 키우면서 이미 우수한 연구 인프라를 배경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연구기관이 또 다시 이전 논란의 장 속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행정 효율성을 떠나 대한민국 극지연구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될 뿐더러 오히려 경쟁력을 크게 후퇴시키는 단초가 될 수 있다.

해수부는 아직은 실현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2019년 새해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중점사업은 극지연구 강화”라고 강조하며 송도에 '극지연구 실용화협력센터'를 착공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극지연구는 지난 10년 동안 인천항을 모항으로 둔 쇄빙선에 크게 의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천의 연구 인프라까지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이 우선시된다면 향후 극지연구의 효율성과 국가경쟁력 강화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에 대한 책임은 과연 누가 질 것인가.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막대한 이전 비용도 문제다. 차라리 이전 비용을 극지연구소에 보태는 것이 오히려 애국의 길일 것이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불거졌던 극지연구소 이전 논란이 오는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또 다시 등장할 것 같아 벌써부터 많은 우려가 앞선다. 극지연구소 이전은 선거 공약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나라에 유일한 극지연구 거점의 국제경쟁력 제고와 한반도 평화와 공존시대에 대비하는 미래를 내다보는 관점에서 논의돼야 한다.

선진국들은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으며 앞다퉈 극지연구를 지원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상적인 지정학적 위치와 훌륭하게 구축된 연구 인프라를 인접에 두고 있는 극지연구소의 이전 논란에서 아직도 못 벗어나고 있다. 이는 극지연구와 관련해 한없는 추락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 심히 걱정이 된다. 인천시와 지역 국회의원, 그리고 인천시민 모두가 나서 이전 논란을 잠재워 연구환경의 안정성을 보장해줘야 국가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수 있다.

최고의 경제자유구역으로서 미래도시를 선도하는 인천만이 뉴밀레니엄 시대의 환경 보호와 자원, 먹거리를 위해 선진국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극지연구의 산실인 극지연구소의 최적지다. 지방 이전이라는 정치적 고려보다는 큰 틀에서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태준 겐트대학교 글로벌캠퍼스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