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아트센터 AR 서비스 이용해보니

'TV 정원' '스위스 시계' 등 35점
입체적 영상과 함께 해설 제공
로딩 느리고 해설 깊이는 아쉬워
▲백남준아트센터가 지난 11일부터 소장품에 대한 ‘증강현실 전시가이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은 스마트폰으로 엽서를 비추는 모습.

16일 오후 경기 용인시 백남준아트센터 전시장.

철저한 방역 절차 후 들어선 전시실은 비교적 한산했다. 입장에 앞서 AR 전시가이드 이용방법이 적힌 안내서와 헤드폰에 덧씌울 덮개, 백남준 작가의 작품 중 '닉슨'의 모습이 담긴 엽서 한장이 주어졌다.

증강현실 전시가이드를 활용하기 위해선 'Artvive(아트바이브)'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야 한다. 앱을 실행 후, 제공된 엽서나 전시장 내 세워진 판넬의 사진을 비추면 증강현실 시스템이 도입된 동영상이 안내되는 형태다.

휴대전화 카메라로 엽서 사진 한장을 비췄더니 사진 속 작품들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2D 작품들은 휴대전화 밖으로 당장에라도 뛰쳐나올 듯, 화면 이리 저리를 휘저어 놓았다. 곧 엽서에 새겨진 작품의 해설 음성이 흘러나왔다. 생동감 있는 AR구현시스템과 상세한 전시 해설은 도슨트의 도움 없이 작품의 이해를 도왔다.

이어 백남준 작가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TV 정원' 앞에서 앱을 켜고 판넬 속 사진을 비췄더니 동영상이 재생됐다. 작품의 설명과 함께 정원 내 식물들이 마치 손에 잡히기라도 하듯, 입체적인 영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영상을 멈추면 작품명이 소개되고 각종 SNS로 공유하는 것도 가능했다. 상설전시 중 인 'TV정원' 뿐 아니라 백남준:티브이웨이브의 전시작 '스위스 시계', 'TV 부처', '백-아베 비디오 신디사이저', 'TV왕관' 등도 증강현실 전시가이드를 활용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증강현실 전시가이드는 전시장을 찾지 않고도 소장품 35점에 엽서만 주어진다면 전시 해설을 들을 수 있었다. 앞서 나눠준 백남준 작 '닉슨'의 엽서를 앱 카메라에 비췄더니 마찬가지로 전시 해설 동영상이 재생됐다. 백남준아트센터는 전시가이드를 개발한 35점 작품의 AR 엽서를 홈페이지에 제공하고 누구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전시가이드를 이용할 수 있었다.

반면, 증강현실 전시가이드 이용에 아쉬움도 있었다. 앱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기 어려워 재생 로딩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에는 보완이 필요해 보였다. 특히 현장에서 직접 학예해설사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 전시 해설을 듣는 것에 비해 깊이 있는 해설을 들을 수 없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백남준아트센터 이기준 학예사는 “언택트 시대에 해설사를 두지 않고 오디오 가이드로 대체하는 형태로 준비해 오다 보다 참신한 가이드 형태를 제공해 보자는 취지로 AR을 접목한 증강현실 전시가이드를 제공하게 됐다”며 “전시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엽서 이미지 한장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방문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백남준아트센터가 지난 11일부터 소장품에 대한 '증강현실 전시가이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증강현실 전시가이드'는 작품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는 앱에 증강현실 기술을 접목한 인터렉션형의 비대면 작품 해설 서비스이다. 이 프로젝트는 2020년 경기도 AR/VR오디션 지원 사업에 선정돼 경기콘텐츠진흥원, 아티바이브와 함께 추진됐다.

백남준아트센터는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전시 관람 방식을 제시함으로써 작품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고 코로나 시대에 관람객에게 안전한 비대면 작품해설을 제공하고자 마련했다. 현재 다음 달 7일까지 백남준아트센터 1층에서 전시 중인 '백남준:티브이 웨이브'의 소장품을 비롯, 백남준 주요 소장품 35점을 선별해 증강현실 전시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