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수원의 한 공장신축 현장에서 일하다 숨진 고 김태규씨에 대해 원청업체 대표가 공개 사과를 했다고 한다. 사고가 난지 무려 22개월만이다. 그 대표는 “현장에서 안전 예방에 최선을 다하지 못해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책임을 통감하고 계속 반성하고 있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김태규씨 사망 이후에도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중대재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1월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됐지만 노동자를 소모품처럼 여기거나 안전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는 그릇된 인식이 바꿔지지 않는 한 이같은 불행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2017년부터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안전조치 등 의무위반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했다. 특히 2명 이상 사상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각 죄에 정한 최대한 형에 처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그러나 2017년 발의된 이후 폐기됐다. 이처럼 법 제정이 미뤄지는 동안 경기도내 산재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최근 잇따랐던 경기지역 물류창고 화재 등에서도 적지 않은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2019년에만 경기도내에서는 217건의 산재사고가 일어났고 215명이 숨졌다. 이들 산재사고의 97%인 212건이 사망사고였다. 대부분 기업의 안전관리 외면에 따른 사고였으나 처벌을 받은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지난해 1월 산재사고에 대한 건축주 등 원청업체 처벌을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올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지만 노동계나 시민단체 등은 제도상의 허점으로 인한 실효성을 우려하고 있다. 안전 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를 유발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함으로써 중대재해 예방의 기틀이 마련되긴 했다. 그러나 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 미만 공사에 대해서는 법 적용을 3년간 유예하고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모든 노동은 신성한 그 무엇이다. 일하는 사람의 자아를 실현해 주고 그 가족들의 생계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런 일을 수행하는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불행은 멈춰져야 한다. 법과 제도의 허점도 보완해야 하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일터를 책임진 이들의 안전과 생명에 대한 경각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