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상징, 북 핵실험에 중단
입주기업, 설비·자산 못 챙기고 복귀
정계·시민단체 등 '재개 염원' 목소리

입주중기 14% 휴·폐업…영세사업 피해 커
국내·외 공장 이전 뒤 실패한 기업도 여럿
실질적 보상·금융지원·재발 방지책 호소

개성공단 경제적 이점은 인건비 저렴
관세 특혜·FTA 원산지 인정 등 다수
국내엔 내수 확대·일자리 창출 효과
경제적 이익너머 안보 방책 활용해야

입주기업 안정적 생산성 유지하도록
제도적 안전장치 필요…생존권 보장을
▲ 정부의 개성공단 운영중단 발표 하루 뒤인 지난 2016년 2월11일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짐을 잔뜩 싣고 입경한 차량을 세관 관계자들이 살펴보고 있다. /인천일보DB
▲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개성시내. /연합뉴스

개성공단은 남북경제협력의 상징적 모델이다. 남측의 자본과 기술, 북측의 인력과 토지를 결합한다는 구상이 담겨 있는 개성공단은 현대아산과 민간경제연합회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간 개발합의서를 기반으로 2000년 8월9일 정식 출범했다.

2005년 15개 기업으로 시작한 개성공단은 10여년간 입주기업이 124개로 늘었고, 5만4000명의 북측노동자와 1000여명의 남측 노동자가 함께 일했다.

생산액은 매년 증가해 2015년 기준 약 32억 달러 이상의 누적생산액을 기록했다. 개성공단 사업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의 중요한 수단이 됐다.

 

▲남북관계 교착 속 길 잃은 개성공단

그러나 남북관계가 얼어붙을 때마다 개성공단 내에도 긴장감이 함께 했다.

2010년에는 신규 공장 조성과 투자, 업종변경이 제한됐고, 2013년에는 4월부터 8월까지 166일간 폐쇄되기도 했다.

이후 남북간 7차례 실무협약을 통해 재개 합의가 이뤄지며 정상가동하게 됐지만 불과 3년뒤인 2016년 2월10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광명성호 도발로 인해 정부가 폐쇄를 결정하며 전면 중단됐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현지 생산설비와 자산을 철수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국내로 복귀해야 했다.

이후 정권교체와 평창동계올림픽,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남북 평화의 조짐이 보이며 개성공단 재개의 희망도 커졌다.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에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내용이 포함됐고,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는 '조건이 가능한 때에 재개하자'는 내용이 명시되며 공단 정상화가 바로 눈앞까지 왔었다.

그러나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협상이 진통을 겪고,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기대는 무너져버렸다.

이제 다시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경제협력의 방안으로서 개성공단의 제 역할을 찾아줘야 할 때다.

정계와 시민사회단체·종교계·학계·기업에서도 개성공단 재개를 염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성공단이 최초의 남북합작 공단으로서 남북 화해와 교류 협력의 장이었던 만큼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실행이 요구되고 있다.

 

▲입주기업 재기 지원 절실

개성공단 중단이 장기화 되면서 입주기업들은 위기에 직면해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개성공단 입주기업(111개사)을 대상으로 실시한 '개성공단 가동중단 5주년 입주기업 조사' 결과, 응답기업의 14%가 휴면상태이거나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11개 기업은 서류상으로만 기업을 유지하는 휴면상태이며, 5개 기업은 폐업했다. 현재까지 경영을 유지하는 기업은 99개였다.

또 입주기업의 76.6%가 2015년 대비 2020년 매출액이 감소했고, 특히 매출액 50억원 미만의 소기업 매출이 76.1%가 줄어 영세기업일수록 피해가 컸다.

인천·경기를 포함한 수도권 기업의 경우 97.6%가 동일한 업종을 유지하고 있고, 2.4%가 업종을 변경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전국 개성공단 입주기업 124개 가운데 인천에 본사를 둔 업체는 18개, 경기는 39개에 달한다.

개성은 인천·경기지역과 1~2시간이면 이동 가능한 탓에 입주기업 수가 유독 많다.

국내 생산라인을 활용해 거래처에 납품수요를 충족시키는 기업도 있지만 개성에만 공장이 있는 업체들은 휴업을 하거나 재하도급 방식으로 연명 중이다.

국내에서 대체부지를 찾아 공장을 이전하거나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활로를 찾다가 실패하고 돌아온 기업도 여럿있다. 부채누적에 따른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거나 판로 및 거래처 발굴에 애로를 겪고 있다.

개성공단입주기업협회는 입주기업들의 피해규모를 약 1조9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기계·설비, 완제품 등 실손금액만 고려한 것으로, 기회비용과 투자손실 등을 감안하면 피해액은 1조5000억원 가량이다.

그러나 정부는 입주기업의 손해액을 7800억원으로 추산하고, 현재까지 5500억원 가량만 지급한 상태다. 입주기업들이 주장하는 피해규모의 3분의 1만 지급한 셈이다.

신한용(신한물산 대표) 전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기업들은 턱없이 부족한 지원 대신 실질적 보상을 주장하고 있다. 금융지원 확대와 재발방지대책 수립 등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장기적 관점의 남북경제협력 방안 찾아야

개성공단은 남북의 화합과 평화 측면 뿐만 아니라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의미깊다.

비교적 저렴한 인건비와 자유로운 의사소통, 관세 특혜 등 개성공단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점들이 어마어마하다.

공단 생산품들을 FTA(자유무역협정)에서 국내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부자재를 국내에서 충당해 내수시장 확대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같은 이유로 입주기업인들의 재개 의지도 상당하다.

김서진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는 “저렴한 인건비와 신속한 운송 체계 등 개성공단만의 특수한 경쟁력을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대다수 기업들이 휴면상태를 유지하면서도 개성공단 재가동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을 통한 경제효과 창출은 입주기업의 생존권 보장이 전제돼야 한다.

입주기업이 안정적인 생산성을 유지하고 거래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남북경협을 장기적 관점에서 새롭게 구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개성공단 재개를 통해 북한 내 우리측 영향력이 닿는 공식적인 범위를 마련하고, 개성공단의 군사기지화 가능성을 줄여 남북협력을 통한 경제적 이익 창출을 넘어 안보를 위한 방책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한국경제의 내구성을 바탕으로 개성공단에 해외기업을 유인, 경제효과를 창출하는 방안은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남북경제협력의 새로운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남북관계를 우리 독자적으로 해결하고 개성공단을 통한 남북평화교류와 경제협력 효과가 다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신한용 신한물산 대표.
▲ 신한용 신한물산 대표.

 “중요한건 재가동 … 단순 지원에만 그쳐선 안돼”

 

5년 허송세월 … 피해 금액만 1조5000억원

정부지원 5500억 불과 … 피해 충당 어려워

개성공단 정권 바뀌어도 굳건할 장치 필요

실질적 지원 희망 … 재개 움직임 기다려

개성공단 가동 중단 후 입주기업들 상황에 대해 신한용 신한물산 대표이사(전 개성공단기업협회장)는 '참담하다'고 표현했다.

신한용 대표는 “가동 중단 1년차에는 절규의 시간이었고, 신정부가 들어와선 희망을 갖게 됐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4·27판문점 선언 때에는 기업들이 다시 개성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뜨기도 했었다”며 “그러나 하노이 회담 이후 2년여간 갈 곳 없이 헤매고 있다. 그렇게 5년의 허송시간이 흘렀다”고 말했다.

입주기업들이 추산하는 피해규모는 1조5000억원 가량이지만 정부 지원액은 3분의1인 5500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애초에 정부가 추산한 피해규모 7800억원에도 못미치는 금액이다.

기업들은 수년간 투자한 인력과 생산설비 비용의 손실이 현재의 지원금으로는 충당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도 진행했지만 헌법재판소에서 5년간 응답이 없는 상태다.

신 대표는 “변호사를 의뢰해 그저 계류중이라는 답면만 들었다. 기업들이 돌아가며 1인 시위도 했지만 현재는 코로나19로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기업 피해보상 및 지원 특별법 추진도 탄력을 잃어가고 있다.

신 대표는 '특별법은 이야기가 나왔을 때 추진했어야 하는데 지금은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 입주기업들의 입장도 각양각색이어서 의견을 한데 모으기가 어렵다. 중요한 건 '개성공단의 재가동'이다. 특별법으로 입주기업들에 대한 보상을 대신해버리는 일이 발생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도 상당수의 기업들이 재입주를 희망하고 있다. 다만 정권이 바뀌어도 공단이 흔들리지 않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보험금제도 등에도 손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 입장에선 실질적 지원을 원한다. 정부의 보상 규모를 떠나 기업들이 다시 개성에 가서 일할 수 있도록 재개의 움직임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신 대표는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와 경제회복 등으로 힘든 상황을 겪고 있지만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평화 구축을 위한 시도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며 “정부가 보다 본질적이고 장기적 측면으로 접근해 남북경제협력 방안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나영 기자 creamy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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