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현자유시장(양키시장), 2020년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날이 바로 내일이다. 이맘때가 되면 설레는 맘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던 유년 시절의 기억이 어김없이 소환된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당신들의 옷은 마다하고 자식들 설빔 한 벌은 꼭 챙겨주셨던 부모님의 그 따스한 마음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한구석을 찡하게 만든다.

고운 한복을 입고 세배 드리고 온 가족이 한상에 둘러앉아 함께 떡국을 먹는 모습, 우리가 그동안 지냈던 설날 아침의 풍경이다. 올해 설날은 다 글렀다. 부모님 댁 방문을 심사숙고해야 하고, 설사 한다 해도 형제들끼리 순번을 정해서 시차를 두고 가야한다.

자영업과 상인들의 한숨 소리도 그 어느 때보다 울림이 크다. '양키시장'으로 불린 송현자유시장은 6_25동란을 겪으면서 하나둘 모여든 피난민들이 만든 시장이다.

이른바 양키물건을 비롯해 군복과 작업복 등이 넘쳐났다. 평상시에는 말할 것도 없고 명절 때는 인천에서 최고의 특수를 누렸던 곳이었다. 여기저기 신도시가 개발된 후 하나둘 이동한 상권은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1년 넘게 지속되는 전염병으로 그나마 조금씩 오던 손님의 발길도 끊긴지 오래다. 문을 연 점포보다 셔터 내려진 가게가 더 많다. 이제 가게를 지키는 상인은 손꼽을 정도로 줄었다. 이곳은 요즘 재개발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재개발의 청사진이 화려하게 그려진다고 해도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상인들의 한숨을 거두기에는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민족의 대명절인 설이 비껴간 송현자유시장의 단상은 그렇게 서럽고 아쉽게 다가온다. 올해 설은 가정이나 시장이나 설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김성환 포토저널리스트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