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지방의회가 코로나19 사태를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한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사회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인천시의회와 8개 군·구의회를 이르는 말이다. 코로나19로 모두 고통을 당하는 와중에 의원들은 해외출장을 떠나기 위한 예산을 세웠다. 이들이 사용하는 해외출장 비용을 비롯해 수행 여비와 행정비용 등까지 따지면, 올해 총예산액은 7억여원에 달한다.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 허리띠를 졸라매는 자치단체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인천시와 10개 군·구가 공시한 '2021년도 본예산' 자료를 보면, 계양구와 서구 의회를 제외한 인천 광역·지방의회 9곳이 시·군·구 의원들의 해외출장 예산을 수립했다. 시의회와 8개 군·구 의회가 세운 해외출장 관련 예산액은 모두 6억9367만원 규모다. 의회 1곳당 평균 7707만원 꼴이다. 여기엔 의원들을 위한 해외출장 여비와 함께 의원들을 보좌하는 공무원들의 수행 여비, 해외출장을 위한 계획 등을 심사하는 위원회 수당 등이 포함된다. 의원에게 사용되는 출장 여비는 1곳당 평균 5118만원이고, 공무원들의 수행 여비는 평균 2417만원 수준이다. 9개 시·군·구 의회의 1인당 해외출장 예산액을 비교하면, 인천시의회 다음으로 부평구 494만원, 남동구 549만원, 강화군 600만원, 연수구 628만원, 동구 743만원, 옹진군 768만원, 중구 779만원 등이다.

이런 이들의 행태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꽁꽁 얼어붙은 지역경제를 '나 몰라라' 하는 지방의회는 과연 누구를 위한 기관인지 모르겠다. 올해 예산에 국외 여비를 슬그머니 책정한 일은 자기들 밥그릇 챙기기에만 연연하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열악한 지방재정을 외면하는 정신 나간 처사다. 그러지 않아도 그동안 지방의회 해외출장의 경우 '그저 관광을 즐기려는 게 아니냐'며 지역사회의 빈축을 사왔다.

국내·외에 퍼져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모든 분야가 함께 움츠러드는 형편을 고려할 때, 지방의회의 해외출장 예산 수립은 어처구니 없다. 귀중한 혈세를 낭비한다는 점에서, 당장 반납해야 한다. 이 참에 지방의원들의 해외 출장 자체를 재검토하라고 촉구한다. 시민들이 지방의회가 하는 일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