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우리나라는 여름철 54일간의 폭우, 연이은 4차례의 강력한 태풍을 경험했다. 2021년 1월 기상청은 기후위기가 원인인 2020년 폭우와 태풍으로 1조2585억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다고 발표했다. 2021년 지구평균기온이 너무 빠르게 올라 문제다.

유엔은 지난달 1.25℃ 상승을 발표했다. 유엔은 기후위기로 이미 100만종의 생물이 멸종했고, 2019년 1년간 1500억달러(165조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더구나 기후위기가 감염병위기, 경제위기를 동반하면서 지구촌은 당장 해법을 찾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또 다른 지구(planet B)는 없고, 다른 대안(plan B)도 없다.

기후위기 대응, 어디부터 실마리를 풀어야 할까? 많은 시민들이 각자 솔선해서 전등을 하나 끄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채식을 하면서 기후 대응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왜 기후위기는 매년 더 심해지고, 매번 기록을 갱신할까? 기후위기 해결을 혼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그룹과 공동체를 만들고, 전국적으로 전 지구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효과가 나타난다.

몽골 울란바타르 서쪽 200㎞에 바양노르라는 마을이 있다. 2002년, 대초원이었던 이곳이 기후변화로 사막화되면서 가축들이 굶어죽고, 주민들이 대부분 도시로 떠나면서 모래폭풍 진원지로 바뀌었다. 그런데 2007년부터 변화가 일어났다. 남아 있던 주민 40가구가 방풍림과 과일나무를 심어 땅을 살리기 시작했던 것. 그리고 5년 뒤, 도시로 떠났던 주민 400명이 이곳으로 돌아왔다. 주민들은 협동조합을 만들어 사막화된 고향을 바꾸었다.

2014년 유엔은 지구촌 변방인 몽골의 사례에 주목했다. 기후위기가 원인인 빈곤, 식량위기, 전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아시아, 아프리카에 모델로 권고했다. 그리고 이 사례에 '유엔 생명의토지상' 최고상을 수여했다. 주민 한 명이 했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지만, 몽골 주민들은 공동체를 통해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공동체의 모범을 보인 사례는 우리나라에도 있다. 서울 성북구 석관동 두산아파트다. 두산아파트 2000가구는 2012~2014년 3년 동안 173만㎾의 전기에너지를 절감했다. 주민 토론과 투표를 통해 결정했다. 주차장 LED 도입, 급수방식에 고효율 부스터 펌프 도입 등으로 1가구당 평균 연간 865㎾의 전기를 절감했다. 우리나라 2200만 가구가 두산아파트 주민들이 실행한 정도만 해도 매년 190억㎾의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 500kWh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 8기를 줄일 수 있는 규모다.

이런 사례가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스마트 그리드'와 결합해서 전국적으로 실행되면 기후위기 해결에 중대한 진전을 이룰 수 있다. 어떻게 이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7월에 74조원을 투자하는 'K-그린뉴딜'을 발표했고, 10월에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2050년에 탄소 순배출량 제로(0)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시민들은 이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시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녹색시장이 없어서다.

지난달 20일 등장한 미국 바이든 정부는 기후 대응을 위해 연방 예산 2조달러(2200조원)를 책정했다. 그 중 40%인 8000억달러(900조원)를 기후위기 피해 시민공동체에게 투자한다. 이렇게 해야 시민이 지지하고, 공동체가 만드는 녹색시장도 열린다. 우리나라도 74조원의 그린 뉴딜 예산 중 30∼40%를 주민들에게 지원하고 혜택을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 시민적 붐을 일으키고 탈탄소 전환을 시작할 수 있다.

시민공동체의 재발견이 기후위기에 책임이 있는 정치, 정부, 기업을 변화시키는 힘이다. 기후위기의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은 주로 대자본에게 있다. 따라서 국회와 정부는 대자본이 책임질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유권자로서 소비자로서 시민공동체의 목소리와 행동은 이 법과 제도를 만드는 힘이다.

기후위기, 코로나위기, 경제위기 시대다. 위기의 시대에 침묵하면 죽는다. 침묵하지 않을 시민들과 공동체를 재발견해야 할 때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