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없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지난주 새얼아침대화 강좌에서 “우리나라는 중요한 의료시스템은 민간이 차지하고, 공공의료는 민간이 하지 않은 부분을 하는 '미운 오리 새끼' 취급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공공의료 현실을 한마디로 함축한 말이다.

국내 공공의료기관은 221개로 전체 의료기관(4034개)의 5.4%이며, 공공병상은 6만1779개로 전체 병상수의 9.6%에 불과하다. 일본(27.2%), 독일(40.7%), 프랑스(61.5%)의 공공병상과 비교가 안된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병원이 코로나 환자의 80%를 치료했다는 사실이 믿기기 않을 정도다.

민간병원을 중심으로 의료 공급이 이뤄지는 구조는 국가적인 재난_재해 상황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 당국으로부터 코로나 환자용 병상 지원을 요청받는 대형 민간병원들은 자린고비처럼 인색하게 병상을 제공했다. 수익을 우선으로 하는 민간병원의 한계다. 그들만 탓할 것이 아니라, 공공의료 확충을 게을리한 정부가 책임져야 할 사안이다.

공공의료는 공동체 전체를 위한 시스템으로, 공공재적 성격을 지닌다. 유럽 등에서는 공공의료가 의료의 중심에 있다. 그게 선진국이다. 의료 분야마저 자본주의 논리가 횡행하면 그 피해는 없는 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의료원은 민간병원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기웃거리는 것이 이 나라의 현실이다.

아니러니하게도 코로나 사태는 우리 의료시스템이 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제시했다. 공공병원은 이제 모든 국민이 대상이다. 조승연 원장은 “공공의료는 민간의료의 보조적 수단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필수의료”라고 강조했다.

참담한 상황을 1년 이상 겪으면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면 불행한 일이다. 이번 사태가 끝나더라도 앞으로 더 강력한 바이러스가 엄습할 것이다. 그때 또 다시 공공병원 부족을 탓할 것인가. 정부가 최근 공공의료 강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페이퍼웍 수준이다. 미봉책으로 현실을 모면하려들면 안된다. 이익집단인 의사협회 눈치만 보지 말고 국민을 직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