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상현 등 광교 주변 개명 열풍
부동산 가치 상승 기대에 줄줄이
“상현, 역사적 훌륭한 지명” 반대도
시 “정체성·주민욕구 충족 방안 고민”
광교신도시. /사진출처=수원시 홈페이지

“'광교', '신광교', '서광교'…. 저는 우리 마을이 좋은데, 왜 남의 신도시 이름을 불러야 할까요.”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 주민.

최근 부동산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광교신도시를 둘러싼 이웃 마을에서 '광교' 지역명을 넣는 아파트 개명(改名) 바람이 거세다.

화성 동탄, 하남 감일 등 수도권에 들어서는 신도시에서 일부 개명 움직임이 있지만, 광교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개명이 유독 두드러진다.

사람도 이름을 바꾸는 시대에 아파트 단지라고 이름을 바꾸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퍼진 탓이다.

대다수 입주민은 핵심 자산인 아파트 브랜드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지고, 이는 곧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연결을 기대한다. 또 어느 지역, 어느 브랜드에 사느냐에 따라 주민 자긍심으로 이어지는 현상이다.

광교신도시 너머 마을인 수지구 상현동을 주소로 한 A, B아파트가 지난해 12월 '광교'를 포함한 명칭변경안을 확정했다. 신축인 A아파트의 경우 앞서 분양 때부터 광교를 썼다.

두 아파트는 2004년 이후 지정·건설된 광교신도시로부터 약 50m부터 200m가량 떨어져 있다. 그래도 광교를 쓴 이유는 지명과 브랜드가 시세 등 집 가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마을 아파트에 '광교'가 새겨진 건 2012년 약 500m 떨어진 C아파트가 명칭변경을 추진하면서부터로 알려졌다. 당시 C아파트 입주자들은 시에 집단민원도 넣었다.

이어 D아파트, E아파트, F아파트 등. 5개 아파트가 줄지어 명칭을 바꿨으며, 신축을 더하면 세기 어려울 정도다. 아파트 중 일부는 지명인 '상현'자를 아예 지워버리기도 했다.

용인 흥덕구와 수원 장안구 마을에는 '서광교', '신광교' 명칭의 아파트도 건설되고 있다.

아파트 명칭 바꾸기는 관련법상 소유자 80%가 찬성하고, 공모와 투표를 거쳐 결정할 수 있다. 즉, 입주자가 원하고 적법하게 이뤄진 것이라 그 자체로 흠잡을 건 없다.

'광교산' 존재 등을 근거로 광교를 보다 포괄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상현동 한 아파트 입주자는 “상현동이라는 마을이 문제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옆 마을 이름을 불러야 하며, 바꾼다고 얼마나 좋은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렇게 가다간 광교도, 상현도 아닌 요상한 마을이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런 상황이 수년 동안 발생했을 때, 일부 주민의 아쉬움 토로도 함께 나왔다.

지난해 8월 상현동 주민으로 구성된 온라인 카페에는 “저는 상현동이 좋다. 이천쌀이 아닌데 이천쌀로 포대갈이하듯 창피한 일인가. 상현동 이름도 좋고 살기도 좋은 마을”이라며 성토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최근 아파트 명칭변경과 관련한 카페 글에서도 찬·반 주민들의 다툼 양상이 계속된다.

급기야 용인시가 사안을 살펴보고, 대책도 고민하기 이르렀다.

시 관계자는 “마을에서 여러 목소리가 들려 살펴봤더니 변화가 점점 커지는 것이 확인됐다”며 “상현도 역사적 의미 등에서 훌륭한 지명이다. 주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마을 정체성도 지키는 장기적인 방안을 고민 중이다”고 밝혔다.

동탄신도시 일부 아파트에 이어 지난 1월 하남 감일지구의 한 아파트측도 입주민 동의를 얻어 브랜드를 개명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