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원 교수는 인천에서 태어나 인천 남중학교, 대건고를 거쳐 한국외국어대 노어과를 나왔다. 키예프 국립대에서 우크라이나 문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 1998년부터 이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문학과 우크라이나 비교 문학' 등의 책을 냈다.

1654년 우크라이나 군사장(게티만) 보그단 흐멜릿스키는 러시아 알렉세이 황제와 형제동맹을 체결하였다. 스스로 동생이 되면서 보그단은 사법, 행정, 외교권을 청했고 알렉세이는 모든 것을 수용하고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주둔을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의 비극이 시작되었다. 그 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식민지 같이 지배했고 소련 시절에는 연방공화국으로 운명을 함께했었다.

그리고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우크라이나는 비로소 독립을 했다. 1954년 후르시초프는 형제동맹 300주년을 기념하여 러시아 영토였던 크림반도(경상남북도 정도의 땅)를 우크라이나에 넘겼으며 1991년 우크라이나가 독립하며 우크라이나 영토가 되었다. 그 후 2014년에 푸틴은 크림반도를 다시 강점하였다.

푸틴은 외국 정상으로는 드물게 2013년 인천을 방문한 적이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인 그는 인천에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이 있고 러시아 해군 추모비가 있다는 것에 놀랐을 것이다. 푸틴은 4, 4, 4(총리), 6, 6(헌법 개정 6년 중임) 6, 6(중임 규정 삭제)년 이렇게 2000년부터 집권하여 2036년까지 집권 가능하다. 70% 이상 국민 지지를 받는 21세기 차르를 반대하거나 그의 정책을 비난하는 것은 러시아에서 금기 사항이다. 암암리에 반대자가 나타나지만, 소설같이 비극적 최후를 맞이한다. 얼마전 푸틴에 반대했던 나발니가 독살 위험을 겪었고 귀국 후 구속되며 시위가 일고 있다.

2013년 11월 키예프국립대학을 중심으로 수백명의 학생들이 친유럽 정책을 주장하며 마에단(광장)에서 시위 도중 경찰진압봉에 맞아 피를 흘리는 장면이 TV화면에 나왔다. 경찰 진압봉을 피해 흩어지던 학생들이 전화기로 찍은 영상이었다. 다음날 크레샤칙(우리나라 광화문광장 같은 곳) 거리에는 남녀노소 20만명 이상이 모였다. 시위 결과 2010년에 당선된 친러 성향의 야누코비치는 러시아로 도망했고 친유럽 정권으로 바뀌었다.

이에 푸틴은 바로 크림반도 강점이라는 강수를 두었다. 흑해 함대가 있는 크림지역에서 부대 마크를 가린 군인들이 중요 행정기관을 점령하고 러시아 합병에 대한 주민 투표를 하여 96.6%의 찬성으로 러시아와의 합병을 결정했고 이틀 후 2014년 3월18일 신속히 크렘린궁에서 우크라이나 크림 자치공화국 총리와 푸틴 간 합병에 서명하였다.

그 후 2014년 4월부터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 반정부 인사들이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분리주의로 규정하고 전투에 임했고 돈바사 공화국은 러시아에서 오는 자원 의용군으로 지칭하는 자들이 전투에 참여하며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지금도 간헐적으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푸틴의 잇따른 강수였다.

푸틴에게 크림반도 강점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사지역 전투는 바둑의 꽃놀이패다. 두 사건 다 러시아 근처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벌어지는 무력사건으로 어떤 경우에도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손아귀에서 놓지 않겠다는 푸틴의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한때 동부지역이나 크림에서 러시아군이 열세에 몰리면 수도 키예프까지 공격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돌았었다.

현 젤린스키 대통령도 친유럽 성향이지만 2036년까지 반영구집권의 길을 열어놓은 푸틴으로서는 5년마다 임기가 바뀌는 우크라이나 정권을 냉소적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 사이에서도 친러 정권이나 친유럽 정권이나 그놈이 그놈이니 차라리 러시아 쪽으로 가야 한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푸틴의 꽃놀이패는 차기 또는 차차기 대선에서 친러 세력이 정권을 잡을 때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러시아로서는 잃을 것이 없는 게임이고 도박이며 우크라이나로서는 꽃놀이패에 몰린 위험한 형국이다. (현재 세계 여러 나라는 크림반도를 러시아가 일시적으로 강점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라 하며, 러시아에서는 옛 러시아 영토를 회복했다고 한다)

/김석원 우크라이나 키예프국립대 교수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