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일제강점기에 잃어버린 고유지명 되찾기에 나섰다. 창씨개명이 아니라 '창지개명'된 곳에 대한 손보기에 나선 것이다. 도는 '2021년 일제잔재 청산 고유지명 찾기 실태조사 계획'을 수립, 오는 10월까지 일본식 지명을 찾아내 개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해방 이후 일제잔재 청산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음에도, 지명의 경우 일본식 표현이 도내 곳곳에 다수 남아 있다. 일제가 우리 민족의 의식과 정서를 말살하고 통치 편리를 위해 시도한 행정구역 개칭은 매우 광범위하다. 경기도가 지난해 398개 읍_면_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0%인 160곳이 고유의 지역명을 잃은 것으로 드러났다. 열에 넷은 일제가 지은 동네 이름인 것이다.

유형별로 보면 여러 지명에서 한 자씩 택한 경우가 121곳으로 가장 많았다. 대표적인 예가 성남시 서현동인데 일제는 둔서촌, 양현리, 통로동을 통합하면서 한 글자씩 따 서현동으로 변경했다. 숫자나 방위, 위치 등을 사용해 변경한 사례도 29곳이다. 용인시 현내면_남촌면_서촌면_도촌면을 합쳐 남사면으로 개칭됐다.

기존 고유지명을 한자로 바꾼 경우도 있었다. 부천시 먹적골, 벌말, 진말이 병합돼 심곡동(深谷洞)으로 변경됐다. 일본식으로 개칭된 사례도 있다. 일본이 마을에 붙이는 '정(町)'을 사용한 것인데, 수원시에 11곳이 있었으나 동(洞)으로 환원됐다.

경기도는 국토지리정보원 지명관리시스템에 고시된 도내 지명 2만5322개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개칭 대상지가 확정되면 고유지명 복원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굳이 일제잔재 청산이 아니더라도 지역의 역사성_정체성 회복을 위해 필요한 조치로 보인다.

우리 조상들은 골짜기를 가장 이상적인 마을의 입지로 여겨 마을 이름에 골짜기를 의미하는 '○○골, ○○곡(谷), ○○실' 등을 많이 붙였다. 전면적으로는 아니라더라도 군데군데서 이러한 살가운 명칭이 되살아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아울러 사라지거나 왜곡된 우리의 고유지명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 일과성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